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멀리 하얀 곳에서 하얀 눈들이 내려온다 고향 반딧불이가 되어 잿빛 어두운 도시의 거리 곳곳에 하얀 등불을 밝힌다 태고적 어디에서 시작된 누구의 눈빛 그 숨결들이 억겁을 흘러와 보도블럭에, 내 가슴에 쌓이고 있을까 하안 눈들은 하얗게 하얗게 쌓여 슬픈 이는 슬픈 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30
이별 앞에서 이별 앞에서 제생병원 807호실에서 당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채 안 남았다기에 가슴은 뛰고, 눈물은 하염없이 흐릅니다마는 여윈 모습의 당신은, 어린애처럼 잠만 잘도 잡니다. 그려 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둘러보고 있으신지요. 지나 온 길을 돌아보고 있으신지요. 나도 눈을 .. 우정의 글/글과 책, 출판* 2019.05.29
내 사랑은 내 사랑은 뜨락에 앉아 바라보는 밤 하늘 저 수많은 별들 중에 내 별이 있다 내 별은 다른 별들보다 더 크지도 반짝이지도 않고 나는 별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과 크게 다름이 없다 내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무치는 그리움, 가슴 아픈 이별, 절절한 사연보다는 일상에서 조금만 더 편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8
기타 수리점 기타 수리점 인사동을 지나다 마주친 기타 수리점 그 외양이 정겹다 저 작은 의자에 앉아 작은 공간을 들여다 보고 싶다 왠지 저 안에는 안경을 쓴 하얀 수염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 망치를 두드리고 있을 듯 하다 저 작은 의자에 앉아 작은 피노키오가 되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7
기다림 기다림 분명 와야만 하는데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거리 인연과 약속의 허무가 슬픈 불빛 아래 흩어진다 오지 않을 이를 기다림은 운명이지만 와야만 하는 이를 기다림은 깊어가는 절망이다 시간은 흐르고 연민과 애증이 어지러이 교차되는데 그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먼 곳에서 그가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6
그들의 터 그들의 터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사이로 자란 꽃들을 본다 그들의 터 그들의 땅에 인간이 인공물을 덮었으리라 대부분 묻혔고 운 좋은 몇 송이가 작은 틈을 비집고 나와 자라고 있다 인간사에서만 선과 후가 있을까 자연과 우주에서도 지켜져야만 하는 질서 오늘 하루도 발 아래를 바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5
귀향 귀향 청량리발 제천행 새벽 기차를 탄다 역광장에는 기차를 타려는 이들 귀퉁이에서 잠을 자는 이들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이들 서러운 인생 세파에 흔들리는 길가 코스모스같은 인생 지친 걸음으로 돌아갈 곳이 있음은 행복 그 행복이 저기 철길 닿는 곳에 있기에 우리는 기차를 타고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4
국화를 만나며 국화를 만나며 가을에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 너는 여느 꽃과는 다르리라 굳이 사군자라 칭하지 않아도 너의 기품과 절개는 고고하기만 하다 가을 창가에 네가 있어 외로움은 고귀함으로 피어나며 가을 뜨락에 네가 있어 적막함은 평안함으로 피어난다 이리 너를 벗하여 책을 열면 네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3
골퍼의 귀환 골퍼의 귀환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가치는 라운딩 후에 돌아오는 외진 도로변이다 텅 빈 담뱃갑을 던져 버리듯 잠시의 유쾌한 기억들은 창 밖으로 던져진다 서둘러 돌아갈 곳은 얼마 전까지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곳. 서둘러 담배 한 가치를 물고 꿈을 출발하여 일상으로 향한다 꿈은 연..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2
고해 고해 세상이 내게 이별을 고하고 동행하여 온 검은 그림자마저 나를 외면할 때 검은 밤, 검은 들판 위의 흰빛 십자가 아래로 간다 그 곳에서 나보다 먼저 잊혀진 이들을 만나고 나의 위로가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그들의 위안이 내게 위로가 되기를 갈구하는데 꺾인 듯 구부린 나를 내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