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리 돌아온 거리 밤열차에서 내린 나는 제천 역사에서 청전동으로 향한다 찬 바람과 함께 떠나는 겨울은 밤의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고 어둠 속에서 돌아온 나는 인적 없는 거리를 따라 어린 시절로 간다 어린 시절 부친의 손을 잡고 걷던 이 거리를 교복을 입을 무렵부터는 혼자 걸었고 이제..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3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은 고독이다 이 서글픈 아름다움은 영혼이 누릴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반짝이는 나뭇결과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밖으로 펼쳐진 자연이라면 검은 산길을 홀로 돌아오는 고독은 안으로 길게 펼쳐지는 자연이다 밖으로의 길을 떠나서 안으로의 길로 돌아오는 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2
도시인 도시인 넥타이는 가을 바람에 날리고 검은색 구두 위로 낙엽이 지나는데 곁을 볼 여유가 없어 앞만 보고 있다 일렬로 선 자동차들과 나란히 사람들은 정물이 되어 흘러가고 반쯤 연 차창에 걸친 손끝에서는 담배 연기가 포연이 되어 흐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회전도어를 열고 들어서..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1
덕수궁의 가을 덕수궁의 가을 덕수궁의 가을은 일상 한가운데에 있다 덕수궁의 가을 밖으로 헤어짐의 전설을 안고 돌담길이 흐르고 돌담길 너머 넓은 차선은 매연으로 가득하다 덕수궁의 가을은 조각이 되어 넓게 펼쳐진다 함녕전 앞 작은 연못에도 광해군의 눈물에 젖은 석어당 뜰에도 가슴 속까지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31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멀리 하얀 곳에서 하얀 눈들이 내려온다 고향 반딧불이가 되어 잿빛 어두운 도시의 거리 곳곳에 하얀 등불을 밝힌다 태고적 어디에서 시작된 누구의 눈빛 그 숨결들이 억겁을 흘러와 보도블럭에, 내 가슴에 쌓이고 있을까 하안 눈들은 하얗게 하얗게 쌓여 슬픈 이는 슬픈 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30
이별 앞에서 이별 앞에서 제생병원 807호실에서 당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채 안 남았다기에 가슴은 뛰고, 눈물은 하염없이 흐릅니다마는 여윈 모습의 당신은, 어린애처럼 잠만 잘도 잡니다. 그려 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둘러보고 있으신지요. 지나 온 길을 돌아보고 있으신지요. 나도 눈을 .. 우정의 글/글과 책, 출판* 2019.05.29
내 사랑은 내 사랑은 뜨락에 앉아 바라보는 밤 하늘 저 수많은 별들 중에 내 별이 있다 내 별은 다른 별들보다 더 크지도 반짝이지도 않고 나는 별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과 크게 다름이 없다 내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무치는 그리움, 가슴 아픈 이별, 절절한 사연보다는 일상에서 조금만 더 편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8
기타 수리점 기타 수리점 인사동을 지나다 마주친 기타 수리점 그 외양이 정겹다 저 작은 의자에 앉아 작은 공간을 들여다 보고 싶다 왠지 저 안에는 안경을 쓴 하얀 수염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 망치를 두드리고 있을 듯 하다 저 작은 의자에 앉아 작은 피노키오가 되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7
기다림 기다림 분명 와야만 하는데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거리 인연과 약속의 허무가 슬픈 불빛 아래 흩어진다 오지 않을 이를 기다림은 운명이지만 와야만 하는 이를 기다림은 깊어가는 절망이다 시간은 흐르고 연민과 애증이 어지러이 교차되는데 그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먼 곳에서 그가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6
그들의 터 그들의 터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사이로 자란 꽃들을 본다 그들의 터 그들의 땅에 인간이 인공물을 덮었으리라 대부분 묻혔고 운 좋은 몇 송이가 작은 틈을 비집고 나와 자라고 있다 인간사에서만 선과 후가 있을까 자연과 우주에서도 지켜져야만 하는 질서 오늘 하루도 발 아래를 바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