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앞에서
제생병원 807호실에서
당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채 안 남았다기에
가슴은 뛰고, 눈물은 하염없이 흐릅니다마는
여윈 모습의 당신은, 어린애처럼 잠만 잘도 잡니다. 그려
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둘러보고 있으신지요.
지나 온 길을 돌아보고 있으신지요.
나도 눈을 감고
꿈을 꾸는 듯, 생각을 하는 듯
우리가 지나 온 길을 돌아봅니다.
선생과 제자라는 연으로 만나
오순도순 25년을 걸어왔습니다. 그려
내 첫사랑의 생일에, 화려한 파티를 마련한 이도
내 연구를 위해, 전자현미경을 밤새워 수리한 이도
내 취업을 위해, 표구를 들고 민실장을 찾아간 이도
나를 믿고, 공부 잘하는 제자들을 기꺼이 위탁한 이도
나를 아끼어, 곁으로 불러 후배들을 지도하라 한 이도
내가 자랑스러워, 가슴의 훈장처럼 과시하고 싶어한 이도
지금 꿈을 꾸는 듯, 흔들리고 있는 당신입니다. 그려
당신은 편히 잠을 자는데, 내 가슴은 왜 이리 미어지는지요.
일 미터도 채 안 되는 당신과 나의 거리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요.
흰색 정물들에 안개가 서린 것도 아닌데 내 시야는 왜 이리 흐려지는지요.
행여 잠이 깨일까 두려워
행여 눈물을 보일까 두려워
상념만 가득한 채 병실 문을 뒤로 합니다.
지난 해 7월, 소중한 이를 보냈습니다.
올해 7월은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거리를 걷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몰라, 홀연히 멈추어섭니다.
언제나, 사랑하는 이들은 떠나는데, 당신은 저만큼 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