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분명 와야만 하는데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거리
인연과 약속의 허무가
슬픈 불빛 아래 흩어진다
오지 않을 이를 기다림은 운명이지만
와야만 하는 이를 기다림은
깊어가는 절망이다
시간은 흐르고
연민과 애증이
어지러이 교차되는데
그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먼 곳에서
그가 없는 빈바람만 불어온다
돌이켜보면
검은 슬픔 속에 알알이 박힌
불빛같은 웃음들
그리운 그날들이여
그 날을 그리며
불빛마저 차가운 거리
기약없이 기다리는 사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