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터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사이로 자란 꽃들을 본다
그들의 터
그들의 땅에
인간이 인공물을 덮었으리라
대부분 묻혔고
운 좋은 몇 송이가
작은 틈을 비집고 나와 자라고 있다
인간사에서만 선과 후가 있을까
자연과 우주에서도
지켜져야만 하는 질서
오늘 하루도
발 아래를 바라볼 일이다
나보다 먼저 온 이의 터를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점하고 있지 않은 지를
그들의 터를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조심스러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