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
넥타이는 가을 바람에 날리고
검은색 구두 위로 낙엽이 지나는데
곁을 볼 여유가 없어 앞만 보고 있다
일렬로 선 자동차들과 나란히
사람들은 정물이 되어 흘러가고
반쯤 연 차창에 걸친 손끝에서는
담배 연기가 포연이 되어 흐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회전도어를 열고 들어서면
메마른 인사가 습관이 되어 다가오고
격식으로 던지는 말들은 등 뒤로 스친다.
덮어 두었던 파일은
다음 페이지에서 다시 열리고
차가운 정적, 컴퓨터 자판만이 움직인다.
빌딩의 그림자가
책상 위에 그늘을 만드는 시간
일몰만큼 규칙적으로 편두통은 찾아오고
스타벅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가치
잠시 눈을 가린 팔꿈치 너머로
고향의 느티나무는 잊혀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