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거인의 발걸음처럼 가을은 거인의 발걸음처럼/BK 멀리서 가을이 오는 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네 더위가 등을 쓸어내리던 한낮이 잠시 물러서고 밤새 내린 비 빗물에 떨어진 잎새들을 낙엽 삼아 성큼! 가을은 거인의 발걸음처럼 왔네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떠날까 두려워 너 떠나던 길 달려나가던 걸음으로.. 우정의 글/글과 책, 출판* 2019.11.06
꽃이 지는 날 꽃이 지는 날 꽃이 지는 날 오래된 사랑도 지고 있다 낡은 셔츠를 걸치고 친구를 만나러 가던 날 꽃잎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로 이별이라는 쪽지가 왔다 친구에게 소주 몇 병을 들고 꽃나무 아래로 오라 했다 낙엽이 아닌 꽃이 지는 날 꽃나무 아래 술잔으로 꽃잎들은 떨어지는데 오래된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05
꽃과 나누는 이야기 꽃과 나누는 이야기 자연은 이야기를 꽃으로 전한다 뿌리 아래 깊숙한 어둠으로부터 어젯밤의 별빛, 새벽의 이슬 이야기까지 바람 차가운 날, 작은 씨앗으로 떨어져 아래의 어둠, 위의 빛으로 나고 자라서 줄기를 세우고 잎을 열고 꽃으로 피어난 세월 이야기까지 인간사 5감에서 보아서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04
고향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은혜의 땅 아름다운 금성면, 2018년) 고향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3월의 차가운 바람이 부는 새벽 제천발 청량리행 기차에 오른다 꿈을 찾아, 허망한 불꽃을 찾아 수없이 등지고 떠나버린 곳 바람이 되어 흘러간 세월 희미한 첫사랑, 젊은 날처럼 고향은 떠나기 위해 있었다 3월의 빛이 꿈인 듯 오는 아침 기적 소리를 남기고 멀어져 간다 옛 동무들, 그리운 노모가 돌아올 나를 기다리는 곳 빛이 되어 머무는 기억 돌아보는 그리움, 추억처럼 고향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03
고복저수지에서 고복저수지에서 그 곳에서는 햇살이 물의 표면을 스치듯 지나고 있었지 멀리 있는 산이 호수가 그리워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산그림자가 되고 있었지 하루 내내 물을 가로지른 해가 낮게 앉은 산을 넘어가면 노닐던 물고기들이 그리움에 위로 위로 올라와 수면에 작은 동그라미들을 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02
꺾임 꺾임 북악을 오르는 길 꺾인 자작나무를 본다 세찬 바람 때문인가 삶의 역경인가 다시 설 수 없어 애달픔이 더하다 외진 비탈에서 나고 자란 세월이 긴 사연일진데 세파에 꺾여 쓰러져 비에 젖은 땅에 몸을 누이고 있다 눈물로 젖은 땅에 꺾여 쓰러진 인생들 날은 저물고 하늘빛 흐린 날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01
겨울비 겨울비 겨울비가 내리면 비에 젖어라 오죽하면 겨울에 비가 내리랴 영하의 한겨울에 영상의 비가 언 땅 쌓인 눈도 녹이는 비가 겨울나라 곳곳에 내리고 있다 만인에게 공평히 내리고 있다 겨울비가 내리면 술을 마셔라 오죽하면 겨울에 비가 내리랴 얼어버린 마음에 따뜻한 비가 메마른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0.31
겨울 나무 겨울 나무 꽃도 지우고 잎도 내리고 저토록 비우려는 자아 저 고귀한 무소유 겹겹이 두르고 몸을 감싸고 이토록 채우려는 욕망 이 초라한 소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0.30
개망초 개망초 나라가 망하던 해 무리지어 피어난 꽃 죄가 없어도 죄인인 듯 붙여진 이름 그래서 천한 이름의 주홍글씨를 달고 가는 줄기, 작은 꽃을 뒤안길에 피웠다 미움과 멸시로 수도 없이 부대끼며 설움과 아픔으로 한백년을 견뎌왔다 그래도 풀꽃이라 빛을 향하여 피고 바람에 낮게 흔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0.29
강 강 나는 강이 좋다 그래서 강가에 살고 싶다 작은 물길들이 모여 모여 만들어지고 흐르고 흐르다 바다로 이어지는 강 그래서 강은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른다 계곡의 소리가 없고 바다의 파도가 없는 강 그래서 강은 흐르지 않는 듯 흐른다 산을 만나면 구비를 돌고 물을 만나면 어우러지는..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