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 792

떠나는가, 이 오월에

떠나는가, 이 오월에 화창한 날 내 몸에 부딪혀 보석처럼 빛나던 은빛 햇살들은 녹음에 밀려 떠나고 있다 오월 어느 날 아카시아 꽃 향기가 물결이 되어 골목길을 돌아 돌아 흐르던 날 뒷산의 녹음은 마을 어귀까지 내려와 몸에, 마음에 녹색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 가고 젊은 날들을 지탱하여 왔던 나의 젊음, 나의 사랑은 아카시아 꽃 향기가 되어 녹음 속으로 떠나고 있다 가을의 이별보다 봄의 이별은 밝다 그래도 내 젊음, 내 사랑은 떨어지는 낙엽이 아닌 아카시아 꽃 향기 짙은 녹음과 함께 떠난다 가을의 이별 뒤에 마시는 술은 차가운 땅을 일어서는 안개가 되어 머릿속의 상처로 깊게 파고들지만 봄의 이별 뒤에 마시는 술은 슬픈 소리로 흐르는 시냇물이 되어 가슴을 부드럽게 적신다 이제 떠나는가 나의 젊음, 나의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