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 눈 오던 날
강아지가 먼저 달려나가던
여울이 흐르던 그 골목에 서 있어야 했다
첫 눈 오던 날
맘에 쌓인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가슴 치며 돌아선 그 담장 아래를 서성거려야 했다
첫 눈 오던 날
사랑한다는 말에 익숙치 못해
안녕이란 말을 외쳐버린 그 어둠 속에서 울어야 했다
첫 눈 오던 날
낡고 오래된 기억
날아가 버린 방패연을 쫓던 아쉬움으로
회한마저 말라버린 가슴을 안고 밤을 지새워야 했다
11월 어느 날
가을의 냉랭한 뒷자락에서
아나운서의 기계음이 달팽이관을 때리고
그렇게 첫 눈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