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첫눈

BK(우정) 2019. 7. 23. 06:13




첫눈

 

첫 눈 오던 날

강아지가 먼저 달려나가던

여울이 흐르던 그 골목에 서 있어야 했다

 

첫 눈 오던 날

맘에 쌓인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가슴 치며 돌아선 그 담장 아래를 서성거려야 했다

 

첫 눈 오던 날

사랑한다는 말에 익숙치 못해

안녕이란 말을 외쳐버린 그 어둠 속에서 울어야 했다

 

첫 눈 오던 날

낡고 오래된 기억

날아가 버린 방패연을 쫓던 아쉬움으로

회한마저 말라버린 가슴을 안고 밤을 지새워야 했다

 

11월 어느 날

가을의 냉랭한 뒷자락에서

아나운서의 기계음이 달팽이관을 때리고

9 뉴스 속으로 사라져버린 정적을 따라

그렇게 첫 눈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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