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일몰, 북악에서

BK(우정) 2019. 7. 18. 06:38




일몰, 북악에서

 

 

떠오르는 해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힘이 좋았고 희망이 좋았다

멀리 아득한 곳까지

빛이 되어 나아가고 싶었다

피는 꽃에서 지는 낙엽까지

모두를 만나고 싶었다

 

이제 지는 해가 정겹다

아쉬움을 두고 멀리로 넘어가는 해

바다를 넘고 산을 지나고

사람 사는 마을을 건너

지친 듯 상처인 듯 붉게 넘어가는 해

그 빛이 겨우 닿는 곳 멀리서

멀리로 떠나는 해를 본다

 

내 삶도 이와 다르랴

너무 일찍 다가섰고

너무 일찍 돌아섰으리라

이제 멀리 떠나는 해를 보며

멀리 떠나는 나그네가 되어

지친 듯 가라앉고 싶다

상처가 되어 붉게 물들어가는

다친 삶들의 붉은 선혈

그 안으로 침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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