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북악에서
떠오르는 해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힘이 좋았고 희망이 좋았다
멀리 아득한 곳까지
빛이 되어 나아가고 싶었다
피는 꽃에서 지는 낙엽까지
모두를 만나고 싶었다
이제 지는 해가 정겹다
아쉬움을 두고 멀리로 넘어가는 해
바다를 넘고 산을 지나고
사람 사는 마을을 건너
지친 듯 상처인 듯 붉게 넘어가는 해
그 빛이 겨우 닿는 곳 멀리서
멀리로 떠나는 해를 본다
내 삶도 이와 다르랴
너무 일찍 다가섰고
너무 일찍 돌아섰으리라
이제 멀리 떠나는 해를 보며
멀리 떠나는 나그네가 되어
지친 듯 가라앉고 싶다
상처가 되어 붉게 물들어가는
다친 삶들의 붉은 선혈
그 안으로 침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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