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예의 (항금리 문학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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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K(우정)
2021. 7. 29. 19:47
기억
여기였나 봐
우리가 끝내 방황하던 곳이
겨울이 지나던 무렵
기억보다도 오랜 음악이
담배 연기로 번지던
그날 밤 그 음성들
행선지가 없던
졸업반 우리들은
그저 머무르며
창 밖, 내리는 눈을 보았지
술잔을 기울이며
담배를 물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지
이유도 없이
무언가는 마무리되기를
원하면서
댓가없는 논쟁도
텅 빈 강의실의 적막도
이제는 끝이 나기를
원하면서
철길이 없어도
기차 소리가 들리던 밤
여기였나 봐
우리가 끝내 돌아서던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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