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갈아 엎으려 왔는데ᆢ
아ᆢ밭을 갈아 엎으려 왔는데ᆢ 냉이들, 꽃다지 꽃들땜시ᆢ 그대로 두고 밭을 갈러 왔는데 냉이꽃, 꽃다지꽃 지천입니다 삽질, 호미질을 하려니 봄바람에 꼬마 꽃들이 흥겹습니다 아저씨만 봄인가요 우리도 봄이예요 바람결, 소곤거림이 들려옵니다 삽과 호미는 놓아두고 쪼그리고 눈싸움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꼬마 꽃들과 함께 흥겹습니다 너희들도 봄이고 나도 봄이다 밭은 두고, 봄만 먹고 살아가렵니다 . . 너는 왜, 여기에 피었니 ᆢ 너의 씨앗들은 어디로 실려서 갈까 . . 아스팔트 틈사이에서 돋은 민들레가 씨앗을 바람결에 실려 보내고 있다 보이는 곳은 전부 아스팔트뿐인데 씨가 닿을 수 있는 땅은 어디쯤일까 이 척박한 곳에서 멀리 멀리 떠나라는 민들레의 염원이 귓전에 들리고 있다 우리 어릴적, 부모들이 그러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