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전원일기*

밭을 갈아 엎으려 왔는데ᆢ

BK(우정) 2022. 3. 29. 05:48

 

아ᆢ밭을 갈아 엎으려 왔는데ᆢ 

 

냉이들, 꽃다지 꽃들땜시ᆢ

그대로 두고

 

  

밭을 갈러 왔는데

냉이꽃, 꽃다지꽃 지천입니다

삽질, 호미질을 하려니

봄바람에 꼬마 꽃들이 흥겹습니다

 

아저씨만 봄인가요

우리도 봄이예요

바람결, 소곤거림이 들려옵니다

 

삽과 호미는 놓아두고

쪼그리고 눈싸움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꼬마 꽃들과 함께 흥겹습니다

 

너희들도 봄이고

나도 봄이다

밭은 두고,

봄만 먹고 살아가렵니다

.

.

 

독자께서 보내준 냉이 열매? 사진

 

너는 왜, 여기에 피었니 ᆢ

너의 씨앗들은 어디로 실려서 갈까

.

.

 

 

아스팔트 틈사이에서 돋은 민들레가

씨앗을 바람결에 실려 보내고 있다

보이는 곳은 전부 아스팔트뿐인데

씨가 닿을 수 있는 땅은 어디쯤일까

이 척박한 곳에서 멀리 멀리 떠나라는

민들레의 염원이 귓전에 들리고 있다

 

우리 어릴적, 부모들이 그러했으리라

가난과 고생으로 일구어가는 삶에서

자식들만은 벗어나기를 바랬으리라

충북 제천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산골마을에서 청량리역을 향하던 날

나 어릴적,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

.

 

 

들꽃이 좋다.

들꽃으로 살고 싶다

.

.

 

장미는

한 송이로도 아름답지만

들꽃은

흐트러져야 아름답다

 

들에서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

헝클어져서 아름다운 꽃

 

시련을 겪어

그 흉터로 아름다운 꽃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두려워 마라

 

희로애락이 섞여

헝클어지고 흐트러질 때

인생은 들꽃으로 아름다울테니

 

 

.

.

 

 

일은 무슨ᆢ 꽃들이랑 놀자

.

.

 

 

자연은 이야기를 꽃으로 전한다

뿌리 아래 깊숙한 어둠으로부터

어제밤의 별빛, 새벽의 이슬 이야기까지

바람 차운 날, 작은 씨앗으로 떨어져

아래의 어둠, 위의 빛으로 나고 자라서

줄기를 세우고 잎을 열고

꽃으로 피어난 세월 이야기까지

 

인간사 5감에서

보아서 얻는 소식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향기까지 더해지니

꽃이 전하는 얘깃거리가 넘친다

땅 아래 지하수, 하늘 위 은하수

그 깊은 이야기를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

형형색색 아름다움으로 펼쳐 놓는다

 

땅으로 낙하한 수많은 씨앗들에서

생을 부여잡고 힘겹게 피어난 의지

지하수 아래의, 은하수 위의 이야기들

색깔과 향기만큼이나 서로 다른

아기자기하고 구비구비한 사연들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피기 위해

겪어야 했던 슬프고도 모진 사연들

 

오늘도 봄볕 아래에서

꽃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빛으로 향기로 바람으로 전하는 말

꽃 그늘아래, 꽃으로 머물고 싶다

삶의 희로애락을 꽃처럼 엮어간다면

언젠가는 한 송이 꽃으로 필 수 있을까

속삭이듯 꽃들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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