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앞에서 (K-Light, 2019년 4월)
이별 앞에서 제생병원 807호실에서 당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채 안 남으셨다기에 가슴은 뛰고, 눈물은 하염없이 흐릅니다마는 여윈 모습의 당신은, 어린애처럼 잠만 잘도 잡니다 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둘러보고 있으신지요. 지나 온 길을 돌아보고 있으신지요. 나도 눈을 감고 꿈을 꾸는 듯, 생각을 하는 듯 우리가 지나 온 길을 돌아봅니다 선생과 제자라는 연으로 만나 오순도순 25년을 걸어왔습니다 내 첫사랑의 생일에, 화려한 파티를 마련한 이도 내 연구를 위해, 전자현미경을 밤새워 수리한 이도 내 취업을 위해, 표구를 들고 민실장을 찾아간 이도 나를 믿고, 공부 잘하는 제자들을 기꺼이 위탁한 이도 나를 아끼어, 곁으로 불러 후배들을 지도하라 한 이도 내가 자랑스러워, 가슴의 훈장처럼 과시하고 싶어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