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 792

오래된 기억 (제천소식지, 푸른제천, 2019년 11월)

오래된 기억 해 저무는 오후 낡은 회벽 천천히 움직이는 태엽 시계 오래된 액자 안의 지나간 얼굴들 멀어진 시간 속에서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내리는 벽 우리의 서글픈 웃음이 갈색 인화지 위에 남아 있을 때 해 저무는 들창 아래 누군가의 그리운 기억이 될까 짙은 커피향의 오후 힘겹게 돌아가는 음반에서는 기억만큼 오래된 음악이 흐른다

아내의 생일

아내의 생일 겨울을 견디어 꽃이 되었나 꽃이 되고파 봄을 기다렸나 인동초로 살아 온 날들 그 아련함을 아내는 웃음으로 담는다 오늘은 태어난 날의 축복보다는 살아온 날들의 축복 프리지아 꽃다발과 잘 자란 딸아이를 보며 오래 전 만난 소녀는 아내의 웃음을 짓는다 밝은 웃음을 마주하고 맑은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며 기원한다 살아갈 날들의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