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 796

편지 calm down

편지 calm down '이렇게 해버리려 합니다.' 배움에, 생활에 갈등이 생기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각오를 들고 오지 비장한 결심을 한 듯 욱! 하고 선언하지만 속내는 걱정이라는 뜻 그렇게 선언을 하면 자신을 그 안에 가두는 것임을 그렇게 돌아서면 갈 수 있는 길 중의 여럿을 잃는 것임을 이야기하며 문제는 같이 풀어보겠지만 결정과 행동은 스스로의 몫임을 선생은 해결사가 아니라 도우미임을 이야기하며 편지를 써보라고 하지 말과 감정이 빠르게 서두르려 할 때 글로 느리게 멈추어보라고 하지 보내는 이가 차분히 생각하며 써가는 편지 받는 이가 차분히 생각하며 읽어가는 편지 답이 없으면 문제도 아니었겠지 생각지 못했던 곳에 답이 있음을 의외로 작은 문제였음을 알게 되겠지 '이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배움에 생활에..

테헤란로에 내리는 눈

테헤란로에 내리는 눈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테헤란에도 눈이 내릴까 골목에 쪼그리고 앉은 까만 눈동자의 아이가 하얀 눈송이들을 보고 있을까 서울 테헤란로의 모퉁이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하얀 눈을 바라보고 있는 오십대 아저씨를 생각이나 할까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테헤란의 좁은 뒷골목 언젠가는 꼭 만날듯한 까만 눈동자의 아이가 하얗게 하얗게 그리워진다

저물어가는 날

저물어가는 날 떠나간 계절은 돌아오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리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낡은 의자에 털썩 앉으면 그 뿐 빈 술잔에 가득 술을 부어 목마름으로 벌컥 넘기면 그 뿐 살아온 사연도 견뎌온 사연도 사라질 먼지들과 다를 바 있으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면 더 이상의 위로가 무슨 소용이랴 문 밖에 누군가 서성인다고 눈길을 보낼 이유가 무언지 곁에서 누군가 흐느낀다고 손길을 보낼 이유가 무언지 어둠으로 덮일 시간이라면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는 없으리

작별

작별 언젠가는 누구나 작별을 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작별은 얼마나 될까 더러는 사라지고 더러는 잊혀지고 들꽃이 무심히 피었다가 지듯 그렇게 작별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차창가에서 잠시 감았던 눈을 뜨면 홀연히 떠난 옆자리의 승객처럼 골목길로 사라진 어느 뒷모습처럼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이 시간에도 잠시 잊고 있는 그 곳에서 누군가는 홀연히 떠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