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315

풍경 적막

오슬로에서 예테보리 가는 길, 한가로운 곳 적막일까~ 한적일까 이런 곳에서는 대략ᆢ 세 편 정도의 시가 나오게 되지 풍경 적막 이 곳의 이름이 무언지 알고 싶지는 않아 커피도, 사실 벤치마저도 없으면 좋을 걸 사진이 아니라면 폰도 끌 터인데 나무 한그루인 듯 멈추어야지 구름 한조각인 듯 움직여야지 새들의 날개짓이 다가오도록 바람 한줄기 어깨에 기대이도록 잔물결 움직임이 어지럽고 안개, 물방울들 부딪는 소리가 요란해 내가 나무인지 구름인지 알고 싶지는 않아

모스크바에 내리는 비

모 스 크 바 에 는 비 가 내 린 다 택시를 타고, 비가 그칠 때까지 거리를 여기저기 돌았다 차창 밖의 비 내리는 모습들ᆢ 1990년대 초, 여러번의 출장과 체류 그 때의 모스크바는 침묵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모스크바는 침묵~ 이기를~ 택시 드라이버가 제법인 영어로 말을 걸어왔지만 침묵하였다 모스크바에 내리는 비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면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던 시절이 그리워요 그 시절 나는 젊었지요 그 시절 나는 꿈도 있었지요 이국의 땅 낯선 도시에서 갓 피어난 봄꽃으로 빗물을 받았어요 무언가 생각 밖에 있던 행운이 무지개처럼 피어나기를 기다렸지요 무지개를 너머 더 먼 곳으로 더 크게 활짝 피어나리라 그렇게 희망은 다가왔지요 그렇게 나는 또 내일을 맞이했어요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면 젊음에 실려 사라져간 ..

미국, 동북쪽의 끝을 간다

미국, 동북쪽의 끝을 간다 사람들은 흔히 캘리포니아 1번 도로를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일컫지만 미국의 동북부 해안에도 1번 도로는 있다 뉴욕에서 보스톤을 지나 더욱 북쪽으로 오르는 길 특히 브런즈웍에서 엘즈워스를 잇는 150마일 정도의 도로를 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동북부 해안, 고속도로가 끝난 후 낙산에서 화진포로 가는 7번 국도의 이어짐 풍경은 외롭고 인적은 드문 그 느낌을~ 외로운 길을 지나며 풍경이 외로워도 인적이 드물어도 가야할 길은 가야할 길 뒤를 돌아보아도 앞을 바라보아도 외롭지 않은 길이 어디 있겠는가 외롭지 않은 척 웃어도 보겠지만 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 그 길에도 꽃은 피고 물은 흐르고 묘지 속의 이들도 편히 누워 있다 어린 날 빛을 향하여 걸었네 밝은 곳에는 무언가 즐거운 일..

맺음하며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연결 비행기를 타지 못하여서~ 경유지였던 암스테르담이 여행지가 되었다 함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오스나브뤼크역에서 갈아타고 도착한 암스테르담 중앙역, 두시간 반 여유~ 짐부터 맡기고 반 고흐 미술관~ 얼굴만 보고ᆢ 안네의 집, 사진만 찍고 운하 옆 노상 카페에서~ 맥주와 슈니첼~ 로 초스피드 마무리~ 드디어 뱅기 탄다~ ㆍ ㆍ 맺음하며/BK 마무리는 화끈하여야지 내 뜻대로 시작하지 못하였다면 마무리는 뜻대로 해야지 언젠가 한 세월이 지난 후에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화려한 날들이었다고 돌이킬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을 살고, 내일도 살아가야지 겸허하면서도 용기가 있게 느리면서도 정확하게 오늘 하루를 또 넘겨야지 높이 떠도는 구름 하루를 넘어가는 태양처럼 여유로운 정열로 사라져가야지

자조

모스크바 2박 후 비행기로 노르웨이 오슬로 도착 렌터카로 내려간다 스웨덴 국경은 차로 덴마크 국경은 배, 페리로 독일 국경은 기차로 네덜란드 국경은 비행기를 못타서 다시 기차로 네 개 국경을 한 나라처럼 지났다 부럽다 자조/BK 구름도 바람도 유유히 지날 수 있고 새도 토끼도 맘껏 넘을 수 있는데 사람에게만 꽉 막힌 한심한 장벽이 한반도에는 있다오. 부끄럽게도

알을 깨다

헬싱보리에서 헬싱괴르로~ 스웨덴에서 덴마크, 페리로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또, 먼길을 달려가겠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만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 '데미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마주쳐야만 하는 경계를 넘어 나아가는 것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것 한 권의 책, 책장을 여는 것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하는 것 새로운 여행지로 이동하는 것까지, 모두 경계를 넘는 것 알을 깨다/BK 누군가 내게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것이 무언지 한 가지를 묻는다면, 나는 마주치게 되는 숱한 경계들을 지나갈 줄 아는 지혜라고 답하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과 용기만큼이나 관용과 여유, 양보와 절제도 필요하다고 경계들은 제각각 다르니 어..

경계

오슬로~ 에서 예테보리~ 로 가는 길 노르웨이~ 스웨덴 국경, 다리를 지난다 스웨덴쪽 작은 카페에는 옛이야기가 있고 창 너머로 비 내리는 강, 국경이 보인다 경계/BK 웃으며 마주보는 우리 사이가 경계이고 봄꽃과 여름의 녹음 사이가 경계이다 마중을 나가는 마을 어귀가 경계이고 바다와 육지의 경계는 파도로 이어진다 경계는 서로가 만나는 곳, 이어지는 곳 이상한 이들만이 이상한 경계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