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삿포로를 뒤로 하고 멀리 동북쪽, 기타미까지 가야한다

BK(우정) 2022. 8. 5. 04:36

2016년 늦가을 무렵

 

훗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내렸다

 

삿포로를 뒤로 하고

멀리 동북쪽, 기타미까지 가야한다

.

.

 

 

차를 빌렸다.

먼저, 유바리까지 가는 길

 

늦가을은 고왔다.

서두르느라 잠시 멈추고, 오래 달렸다

 

잠시 멈춤에서 만난,

그저 그렇게 예쁜 풍경들

 

지도는 잊고,

물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을산은 북쪽으로 향할수록

점점 붉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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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인지도 몰랐던 그 곳, 그 느낌

왜 이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까 - 기억/BK

 

 

 

그러다가, 작은 다리를 만났다

 

어디를 연결할까,

어디로 이어질까

 

짙은 갈색으로 녹이 슬어가고 있는,

늦가을로 가는 빛깔들

 

철골 구조물 사이로 강을 보았다

 

강물의 소리, 다리의 울림

.

.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이어주었을까

강은 깊어지고 몸체는 점점 녹이 슬어가도

벼랑 사이로 누워 숱한 인연들을 받아낸

아름답고도 숭고한 희생

 

아이를 업은 아낙이

일터에서 오는 남편을 기다릴 때에도

등짐을 진 가장이 지친 걸음으로

식솔들을 향할 때에도

길게 누워 몸을 내어준 고결함이여

 

- 다리가 있는 풍경/BK

 

 

유바리~ 를 지났다. 더 북쪽으로

 

갈수록, 가을은 늦가을이 되고,

조금은 더 추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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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작은 역

타키노우에 역사,

기차도 인적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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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떠난 거야

 

한 줌 인연마저도 싣고

남은 사연도 거두었으니

돌아올 이유가 없지

 

기다려 보는 거야

 

기차에 채 오르지 못한

인연과 사연들이

돌아올지도 모르니

.

.

 

간이역에서

시간의 기차를 기다리는가

 

시간은

철길로 머무를 뿐

우리가 움직여 가는 거야

기차처럼

 

 

 

오후 다섯시에 어둠이 왔다.

오비히로에 묵어야 했다

 

방을 구하고,

주점의 거리로 나섰다

 

기웃거리다가 들어섰다.

훗카이도에서는 삿포로 비루

 

혼자 마시다가 여럿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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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게가 어깨를 누를 무렵

조금은 굽은 어깨로

미닫이 문을 들어서면

반갑게 나누는 인사,

다들 좋은 사람들

즐거운 웃음들

 

오늘 하루도 잘들 살아왔구나

조금 더 크게 웃자,

위로와 격려로

가볍게 부딪는 술잔,

다들 좋은 사람들

다정한 이야기들

 

 

잤다. 깊게~ 새벽 다섯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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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히로의 해는

저녁 5시에 지고 새벽 5시에 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