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키타미를 떠났다. 삿포로를 향하여

BK(우정) 2022. 8. 5. 06:36

2016년 가을, 늦가을

 

훗카이도에 있었다

 

키타미를 떠났다. 삿포로를 향하여

 

해발 1050미터, 세키호쿠 토게

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고개~

여긴 벌써 겨울 날씨이다

 

차를 세우고, 더 올랐다.

오르는 길,

자작나무 하늘이 구름 사이로 파랗다

 

낮은 관목들 위로,

자작나무 길이 이어진다

숨이 가쁘다

.

.

 

산의 고개는

올라갈 때 힘이 더 들고

노력도 더 들여야 하지만

 

삶의 고개는

내려올 때 힘이 더 들고

노력도 더 들여야 하는 것을

 

- 알게 되었다/BK

 

 

고개 아래가 아득하다.

2천미터의 다이세쓰산

천미터를 올랐으니,

내 삶의 높이만큼일까

내려가자

 

 

다가오는 병을 맞이하느라

병상에 누우면

일상의 번거로움은 잊혀져 가고

지나간 날들의 생채기가 다시 도진다

 

쓸쓸히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이 가슴을 누르고

이렇듯 눈을 감고

살아온 긴 여정을 되돌아 보면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혼미해진다

 

창 밖에는 봄비가 오듯이

눈이 녹아 흐르는 소리가 들려 오고

곁자리에는 아지랑이라도 피어 오르는 듯

막연한 따스함에 손길을 더듬어 본다.

 

언제나 텅 빈 그 자리는

딛고 올라갈 층계참으로 채워졌고

이제는 그 길을

내려가야 할 때인가 보다

 

잘 딛고 올라간 발걸음이

잘 딛고 내려올 수 있을까

 

더 오르지 못하는 길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이제는 그 길을 돌아오며

서둘러 오르느라 미처 머물지 못하였던

작고 어두운 곳을 돌아보아야겠다

 

그 곳에서는

미처 찾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고, 혹은

지고 살아온 크고 작은 등짐들을

내려 놓을 작은 여유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쓸쓸히 떠나간 이와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고

행여나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을

내 아픔과 함께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병상에서의 상념/BK

 

 

훗카이도의 지붕, 다이세쓰산

국립공원이다

가을이 절정으로 가고 있는

 

너는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함께 지녔구나

 

품으로 들어간다.

가을 단풍, 낙엽들의 빛에 눈이 부시다

 

히구마, 곰을 조심하라는

촌노의 말씀을 새겨듣고

둘레로만 살살~

.

.

 

낙엽, 찬란한 이별들이

주렁주렁 걸리고 뚝뚝 떨어진다

걸어가는 모든 길에

색종이가 날리던 날. 빛의 향연

.

.

 

빛을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숲에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신만이 빚을 수 있는 색들이 있다

실로 경이로운 색, 빛을 본다

바람이 불면 빛의 율동을 본다

작은 잎들에서 숱한 각도로 반사되는

빛들의 편린, 찬란한 군무

바람이 불면 높은 하늘을 본다

코발트 블루 캔버스에

제멋대로도 질서정연하게도 아닌

경이롭게 펼쳐지는 천연 모자이크들

 

빛의 시간이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저 멀리서 다가와서 정점을 지나는 빛

빛은 쉴새 없이 그늘을 만들고

작게 흔들리며 크게 움직이는

빛을 본다. 시간을 본다

무지개 빛을 수만 개로 잘게 나눈

제 각각의 편린들

그들의 거대한 질서

이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형형색색 낙엽의 융단 위에

찬란한 빛의 커튼을 드리운다

 

-빛의 숲/BK

 

 

 

삿포로 도착 후, 주점을 찾았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목이 마르고

기분이 좋을수록

배가 고프다

 

많이 마시고, 많이 먹었다

 

계속 먹는 중

 

 

마무리는 아일랜드 펍으로,

IPA,

피로가 파도로 몰려온다

 

.

.

 

 

호텔로 가는 길,

삿뽀로 테레비 타워

밤하늘에 홀로 찬란하다

우쭐할까 외로울까

.

.

 

성공이란 높이 오르는 걸까

높이 오를수록, 혼자가 되어가는데 /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