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315

시간을 지나며

마드리드에서 나는 서쪽으로 똑바로, 천천히 갔다 리스본까지 600여키로의 드라이빙 톨레도, 카세레스, 바다호스, 에보라ᆢ 고대 도시의 박물관 문화 유산들이 지난다 시간의 흔적이 가로수가 된다 시간은 여전히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 차창 밖에는 공간이 아닌 시간이 지나고 있다 오래된 마을에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높은 성벽에는 그 때 그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 있을까 불어오는 바람은 중세의 어느 시대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내려오는 햇살은 시간의 깊이를 어디까지 다다를까 차창 밖에는 시간의 흔적이 공간을 만들고 있다 시간을 지나며 차창 밖에는 공간이 아닌 시간이 지나고 있다 오래된 마을에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높은 성벽에는 어떤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 있을까 불어오는 바람은 중세의 어느 시대를..

초원의 집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숲으로 떠났다 더 깊이 들어갔다 그리고ᆢ 오두막집 70년대 추억의 미드 '초원의 집' 고교 시절, 전원 생활의 꿈, 그리고, 로라~ 저녁 어스름이 다가오면 오두막 창가에 등불을 켜고 고요 속에 긴 밤을 맞으리 아침 해가 창을 두드리면 스크램블 에그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갓 내린 커피 한잔 초원 너머로 해가 뜨고 있다 모든 것들이 아름답던 날, 그 날들이여ᆢ 초원의 집 마음에 그리던 동화 속 그림을 밖으로 꺼내어 볼까 어린 시절 초원의 집 그렇게 살아볼까 하루라도 찰스가 되어 그렇게 걸어볼까 모두가 떠나고 추억만 남은 곳 안으로 들어가 볼까 . . 숲속, 오두막집의 아침 숲의 아침, 모닝 커피 타임 벌새가 날아와 허공에 정지한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순식간에 숲 속으로 사라진다 ..

카르타고, 튀니지

카르타고, 튀니지 한 때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로마와 패권을 겨루던 고대 국가 2천년전 줄리어스 시이저가 재건한 곳 지금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이틀을 머무르면서. 나는, 화려한 날, 그리고 그 뒤안길 삶, 인생 그리고 시간을 보았다 미래는 희미하게 다가오고, 과거는 휘청이며 물러서고 바람처럼 경계없이 방향없이 흐르고 이슬처럼 미련없이 흔적없이 가고 싶다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고 마음가는 대로 걷고 시간가는 대로 가고 싶다 나 떠나는 날 네가 너무 슬퍼하지도 않고 너무 절망하지도 않고 잠시 이별이 아쉬워서 먼저 가서 기다리라는 듯 가고 싶다 나 떠난 후 네가 눈 오는 날 춥지 않은 쓸쓸함으로 비 오는 밤 아프지 않은 그리움으로 엷게 미소 짓는 입가의 커피 한 잔 그런 기억으로 가고 싶다 바람처..

아카디아 NP. 현지인이 되어ᆢ

미국, 북동쪽 끝, 메인주에 있는~ 국립공원~ 아카디아 NP. 현지인이 되어ᆢ 머물렀다 그랜드 캐년의 장엄함, 옐로우 스톤의 야생 요세미티의 절경이 없을지라도 나는 아카디아가 좋다 미 대륙의 동북부 끝단 산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물과 만나는 곳 캐들락 마운틴에 오르면 그 절정이 보인다 쉴 새 없이 바위를 때리는 파도, 그 장렬함에 마음을 열고 숲으로 돌아오면 그 아득한 고요와 침묵 산과 바다, 숲과 바위, 뛰어난 하나가 아닌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 절정을 디자인하는 곳 '따로 또 같이'의 미학 그랜드 캐년의 오후, 옐로우 스톤의 하루 요세미티의 하룻밤이 아닌 지나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이 좋다

사막에서, 사막의 꽃, 소돔의 사과, 사막의 별

6년을 일하면 1년의 재충전을 허용하는 직장~ 지체없이 사하라를 향하였다 사막, 유치환의 '생명의 서', 그 느낌 피폐한 몸으로 무생명의 곳을 찾는 길 RV에 기대어 깊숙이로 들어간다~ 사막에서 선술집만큼이나 홀로 있기 좋은 곳 사막을 걸어간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잊혀졌던 자아가 나를 만나러 온다 외롭도록 넓은 삶의 사막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흔들리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생명들 황혼이 오고, 어둠에 잠겨가는 '젊은 날의 우리들' 사막의 꽃 황혼의 사막을 거닐다 나는 보았네, 한 떨기 꽃을 모래에 알알이 부서진 빛이 꽃잎에 닿아 형언할 수 없는 빛깔을 뿜고 있었네 길도 없고, 관객도 없는 황량한 무대에서 바람에 흔들리듯이 꽃은 춤을 추고 있었네 밤이 오면 별들이 맞아줄까 외로운 율동 슬픈 춤사위를 황혼의 사..

그들은 합쳤다. 우리도 합쳐야 한다

그들은 합쳤다. 우리도 합쳐야 한다 이념의 대립, 빈부의 격차~ 남과 북까지도 합치기 어려우면ᆢ 아름답고 의미가 있는 조화로 어울리며 함께 가야 한다. 같은 민족이니까~ 그들의 허물어진 장벽, 벽화들을 보면서 먼 곳에 있는, 반토막 나의 조국이 많이 그리웠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만 장벽이 있을까 집단과 집단 사이, 우리와 그들 사이 나와 너의 사이, 혹은 내 마음 속에도 높고 낮고, 넓고 좁은 장벽들이 있다 나라의 장벽은 모두가 함께 넘지만 외면 속에 우리만 넘어야 할 장벽도 너와 나 둘이서, 더러는 나 혼자서 힘겹게 홀로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