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 운하를 따라 걸었다
거리가 나오면 거리를 걷고
운하가 나오면 운하를 따라 걸었다
어울림은 보기에 좋다
중세 건물들의 도시
영주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물결처럼
거리에는 사람들, 오손도손
물가 카페에도 한가한 사람들
여기에서는 시간이 참, 느리게도 간다
분주함이나 번잡함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도 물처럼 흐른다
유유자적
한켠에 기대어 운하를 본다
나의 시간은 어디쯤 흐를까
어디로 흘러갈까
비가 내리려 한다
거리도, 운하도
비에 젖으려 한다
방랑
동서남북을 모른다
시간은 모르고, 계절은 잊는다
아무런 일정도, 목적도 없는
비라도 내릴 법한 날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낯선 도시, 잊혀진 시간 아래
비라도 내린다면 기꺼이 젖으리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기꺼이 흔들리리
나 아직, 여기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