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상념 1331

향수

의림지에 오르다 겨울이 되어 의림지에 오를 수 있었다 나는 눈 위에 있고 눈 아래에는 얼음이 있고 얼음 아래에는 물이 있고 물 아래에는 공어들이 살고 있었다 의림지 위에 오른 이들은 더러는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고 더러는 얼음 아래의 공어를 낚고 더러는 의림지를 걷고 있었다 겨울이 되어 의림지에 올라 먼 곳을 볼 수 있었다 먼 곳에는 어린 시절의 고향이 있고 소를 몰고 가는 친구가 있고 하늘로 날아가 버린 방패연이 있고 멀리서 장보따리를 이고 오시는 어머니의 옥색 치마가 있었다 그리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어설프게 자꾸 뒤를 돌아보는 내가 있었다 . . 고향 충북 제천의 환경지 '초록길' . . 연을 날리며 연을 날리는 동안 연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밤새 만든 방패연은 빙빙빙 돌며..

창가에서

빛을 좋아한다 빛은 창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창을 좋아한다 창, 창가의 글들 . . 가을의 들창 가을 들창가에는 늘 붉은 낙엽이 쌓입니다 예쁘기도 처절하기도 한 이맘때면 내 마음도 붉습니다 봄과 녹음을 겪어 온 상흔 그리움과 쓸쓸함 그 상처를 안고 긴 동면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며 붉은 눈으로 붉은 낙엽을 바라봅니다 마음을 겪고 다쳐서 흐르는 선혈마냥 가을 들창가에는 늘 붉은 상흔이 쌓여갑니다 . . 창 밖을 보며 공학관 2층 204호 처음 그 문을 열었을 때 창 밖 풍경이 다가왔습니다 정겨운 동료들은 4층과 5층에 모여 있지만 창 밖, 그 풍경에 멈칫 마음을 빼았겼고 15년째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창가에 서면 어설프게 높이 오르려던 젊은 날의 모래탑 세월에 굳은 중년의 석상 그리고 먼 훗날의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