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오며
오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꾸리며
깜박 두고 갈세라 추억부터 서둘러 챙긴다
슈트케이스 가장 깊숙이 밀어 넣고
필요할 때 가끔씩 꺼내는 비타민처럼
추억을 담을 자리는
혼돈과 일과 인생의 일부를 덜어낸 자리
일, 사랑, 망설임, 그리고 미움까지도
적지 않은 것을 덜어낸 자리를 짧은 기억들로 채우려니
한 귀퉁이가 횅하니 남는다. 생니가 뽑힌 시린 자리처럼
언젠가는 분명,
담을 것도, 비울 것도 없는 때가 올 것임에도
서둘러 비우고, 서둘러 담는다. 이유도 모르면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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