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여행에서 돌아오며

BK(우정) 2019. 7. 3. 06:32




여행에서 돌아오며

 

오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꾸리며

깜박 두고 갈세라 추억부터 서둘러 챙긴다

 

슈트케이스 가장 깊숙이 밀어 넣고

필요할 때 가끔씩 꺼내는 비타민처럼

 

추억을 담을 자리는

혼돈과 일과 인생의 일부를 덜어낸 자리

 

, 사랑, 망설임, 그리고 미움까지도

적지 않은 것을 덜어낸 자리를 짧은 기억들로 채우려니

한 귀퉁이가 횅하니 남는다.  생니가 뽑힌 시린 자리처럼

 

언젠가는 분명,

담을 것도, 비울 것도 없는 때가 올 것임에도

서둘러 비우고, 서둘러 담는다.  이유도 모르면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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