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365

그대의 뜰

성 요셉 성당, 선한 목자 성당 1850년대에 포르투갈인들이 설립하였다 한적한 오전, 평화로이 머무른다 ㆍ ㆍ 그대의 뜰/BK 그대가 떠났더라도 그대의 마음, 그대의 품은 여전히 있습니다 얼마나 깊은 마음을 지니셨는지요 얼마나 넓은 품을 지니셨는지요 지친 영혼의 쉼터 그 깊고 넓음에 기대어서 그대의 뜰에서 머무릅니다 아늑하고 평안하게 그대의 뜰을 거닐어 봅니다 그대의 뜰에 서서 내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을 돌아보고, 바라봅니다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요 얼마나 먼 길이 남았는지요 길 잃은 나그네의 이정표 그대가 떠난 줄을 알면서도 그대를 불러봅니다 그대의 미소, 그대의 음성 여전히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거리를 걸으며

차임스, Chijmes 19세기 말에 건립 성당과 수도원으로 쓰여오던 건물을 1980년대에 개조, 복합공간으로 레스토랑과 펍들이 운영 중이다. 특히, 1800년대 중반에 세워진 콜드웰 하우스, 1904년 완공된 프랜치 고딕 스타일 예배당이 유명한데, 웨딩홀로도 인기가 높다 해가 질 무렵, 성당 주변의 레스토랑 야외 좌석에서 등불이 밝혀지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위를 피한, 이른 아침 산책도 좋다. 지금처럼~ ㆍ ㆍ 거리를 걸으며/BK 누군가 만든 거리를 걷고 있다 대리석 한조각, 가로수 한그루에도 누군가의 마음이 스며있는데 걸어갈수록, 바라볼수록 그의 마음을 닮아가는 듯하다 대리석처럼 하얀 마음 가로수처럼 푸르른 마음이 거리 곳곳으로부터 내게로 온다 거리를 걸으며, 생각을 하며 누군가의 꿈길을, ..

여행

싱가포르, 이틀이 유효하다 더워서 일찍부터 움직였다 성당 순례를 따라~ 홀로 쏘다녔다 (대충 써서ᆢ 틀리는 것도 있을 듯, 내 책임은 아니고~) 차임스 (1,800년대의 고딕양식, 가톨릭 수도원이었던 곳)~ 성 요셉 성당~ 선한 목자 성당~ (포르투갈인들의 성당, 1850년대에 설립된)~ 캐피톨 캠핀스키 호텔 (100년이 넘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시사회장) ~ 성 앤드류스 대성당 (1,880년대 초기에 최초 건립된~ 식민지 시대의 자취~) 그리고, 아침 식사는 가볍게, 현지 음식으로~ 파크뷰 스퀘어 (중국 부호의 폼생폼사~ 아틀라스 바~ 오픈 전이네ᆢ)~ 술탄 모스크~ (1,800년대 초에 세워진, 최고최대의 이슬람 사원)~ 하지 래인, 칸다하르 스트릿 등, 중동의 거리들 이리저리~ 점심은..

유랑

브뤼헤에서는 구름처럼 떠돌았다 어쩌다, 무작정 길을 나서는 텅빈 하루 이런 날은~ 글도~ 사진도~ 봇물 터지듯 흐른다 엄청 걸었나 보다. 해가 넘어갈 무렵, 찾아온 허기~ 홍합 스튜를 잔뜩 먹고, 돌아갈 지도를 본다 ㆍ ㆍ 유랑/BK 구름으로 떠돌다가 비로 내릴까 빗물로 흘러 강으로 갈까 수증기로 올라, 다시 구름이 될까 세월은 빠르게도 달려가는데 목적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을 길도, 방향도 없었던 것을 어디를 향하여 걷고 있었을까 도착할 곳은 모두가 같은데

외길을 가며

아터제 호수에서 몬드시로 가는 길 눈 덮인 들판, 보일 듯 보이지 않게 교회가 있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신께서 홀로 머무르시고, 순례자가 들르는 곳 한참을 서성이며, 먼 하늘, 아득한 들판을 바라보았네 ㆍ ㆍ 외길을 가며/BK 홀로 가는 길에는 하얀 눈, 벌판이 있습니다 먼 하늘,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좁은 길도 끊임이 없이 이어집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가야 한다는 희망은 있습니다 삶의 사막은 그렇게 가는 길입니다 오아시스처럼 신의 공간을 만납니다 더러는 애써 찾기도, 혹은 다가오기도 합니다 멈추어 쉴 수 있는 곳 그래서, 다시 떠날 의지를 채우는 곳 머무르고, 잊고, 다시 떠납니다 외길이기에, 길을 잃을 우려는 없습니다 홀로 가는 길에는 눈송이가 바람에 흩어집니다 구름은 천천..

방랑

아터제, 아터제 호반 아터제 호수를 두르는 길에 들렀다 눈, 호수, 겨울 나무, 하늘, 그리고 교회가 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신도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는다 ㆍ ㆍ 방랑/BK 누구를 부를까요. 메아리가 답하고 무엇을 찾을까요. 신기루가 보이네요 하늘은 더 파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하얀 눈은 태양만큼이나 눈이 부셔요 호수는 끝없이 펼쳐지고 사람들도 하느님도 잠시, 자리를 비우셨네요 걷다가 앉았다가, 기도를 드리다가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혼자의 일상, 나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이제, 떠나야겠어요 메아리가 말을 걸어오기 전에 신기루가 눈을 가리기 전에

겨울에

할슈타트 겨울, 1박 2일을 택한 이유는 성수기가 지나서 인적 없는 곳 깨끗함의 계절, 은둔을 원해서였다 호반을, 산아래 마을을 넓게, 느리게 걸었다 겨울에 천국 못지않은 풍경 아래로 겨울, 적막, 그리고 은둔을 찾아왔습니다 한켠에 쌓이거나 덮인 눈들은 봄까지 그대로 있을 듯합니다 나의 마음도, 정적과 추위 아래에 오래도록 그대로이기를 바랍니다 기쁨도 슬픔도, 여기까지이고 싶습니다 인연도 희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 속, 모든 것들의 멈춤 바깥보다는 안을 살피면서 이제는, 숙성을 시킬 일만 남기고 싶습니다 적막과 운둔, 청결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바람은 잠들고 호수는 일렁이지조차 않으며 햇살은 뒷꿈치를 들고 지납니다 마을은 천국만큼이나 평화롭습니다 걷고, 머무르고, 읽고 쓰고 그리고, 깊게 잠들어갈..

눈길을 가며

할슈타트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눈의 절경이 펼쳐진다 ㆍ ㆍ 눈길을 가며/BK 겨울, 깨끗한 계절에 눈길을 가며 누군가 남긴 흔적들을 따라가며 나도, 뒤이어 올 이에게 흔적을 남긴다 추울수록 포근한 누군가의 자취여 앞선 이도 이 길을 이렇게 지났을까 어디까지 갔고, 어디에서 멈추었을까 눈이 쌓인 길에는 흔적이 남고 정갈한 마음에는 상처가 남는다 이렇게 눈길을 가면서, 살아가면서 상처가 있어 길을 잃지는 않는다

눈의 풍경

바트 이슐에서 할슈타트까지~ 20여키로 구름과 눈은 하얗고, 하늘은 파랗다 겨울 숲, 마을들은 고요하다 차 안에서 촬영한 풍경들~ ㆍ ㆍ 눈의 풍경/BK 하얀 풍경에 선다 처음에는 모두가 하얗지만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이제는 알록달록, 혹은 얼룩덜룩이 되었다 눈물 자국이 번지기도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기도 원래의 색을 차츰 잃어간다 그래도 순백이고 싶어 하얗게 덧칠을 하려 행하지 않으려, 기억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나는 여전히 하얀색이다 믿고 싶다. 하얀 세계에서는

사는 것

장크트 길겐, Sankt Gilgen 볼프강 호수, 서북쪽의 인구 3천명의 예쁜 마을 독일 통일 당시의 총리 헬무트 콜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곳,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 발부르가의 고향, 특히, 모차르트의 누이 난네를이 자주 다니던 외가 마을이다 쬐끄만 마을이 사연은 많다~ 호수, 마을길, 그리고 교회에 들른다 ㆍ ㆍ 사는 것/BK 사람들은 꽃이 피듯이 살고 있어요 더 곱게, 화려하게 그렇게 피며, 시들어가요 사람들은 열매가 익듯이 살고 있어요 더 달게, 실하게 그렇게 익으며, 떨어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