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3 2

강남에 있었어, 비가 내렸어

강남에 있었어, 비가 내렸어 강남 삼성로를 걷는 동안 비가 내렸어 콘크리트 궁전이 빗물에 젖고 있었지 우산으로 스카이라인을 가리고 가로수가 많은 풍경을 따라 사진을 찍어 보았어 조금이라도 신작로를 들여 앉히고 싶었지 보도블록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땅속으로 스며들지도 풀잎들의 뿌리에 닿지도 못하고 물 웅덩이를 만들지도 못했지 바닥에서 튀어 오르고,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치고 나서 빠르게 드레인으로 향했어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처럼 비가 그치니 보도블록도 콘크리트 벽도 커다란 유리창도 금방 메마르고 비가 내린 흔적은 사라졌어 강남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였어 느릿느릿 나 홀로만이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고 있었지 - 강남에는 비/BK ᆞ ᆞ 한강변을 걸었어. 잠수교를 따라 비가 내리면 강은 비에..

눈사람

할슈타트에서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길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가 잠시, 길을 잃었어요 세상은 모두 눈이었고, 눈 덮인 들판을 즐겁게 헤매었죠 낡은 예배당을 만났고, 한참을 앉아있었죠 행복했어요. 평온이 해가 더 기울지만 않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터인데 ᆞ ᆞ 눈사람 눈밭에서는 눈사람이 되고 싶다 하얗게 살다가 투명하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