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일몰의 항구를 나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떠돌았다
갈 곳이 없다~ 는 이유만으로
모두들 떠나던 날
나는 머물렀지
꿈과 희망은
머물러도
기다려도
다가오리라 생각했어
텅 빈 집들에
기억을 들어 앉히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기억들과
옛이야기를 나누었지
넓은 들판에는
구름과 바람을 초대하였어
긴 강물에는
시간의 배를 띄었어
한껏 뛰며
어울릴 때마다
하늘을
더 파랗게 물들이던
노래소리
웃음소리
덧없이 자라는 잡초들을
의미있는 화초로
가꾸어갔어
꿈과 희망은
살며시
모르는 새에 다가와
나를 흠뻑 채웠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어
노을이
더 붉게 물들던 날
모두들
돌아오고 있었지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
휑한 모습들로
마치
어제 떠난 이들처럼
익숙하게 여장을 풀고
숨어 들어가듯이
텅 비었던 집들을
꼭꼭 채웠지
집 안에 머물던
기억들은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로 사라져갔어
이제
놀이는 끝난 거야
일어서야지
모두들 돌아온 날
나는 떠나고 있지
사라져간
추억들을 따라
강과 구름이 흘러간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간이 머무는 곳
가득찬
꿈과 희망을
한껏 풀어헤칠 먼 곳으로
즐거울 거야
여전히
하늘은 파란 빛깔이니까
꿈과 희망은
가득 차서 출렁거리니까
- 나는 떠나리/BK
태양이 떠나고 어둠이 오면
등불은 홀로 밤을 밝혀준다
태양 그 위대함을 알면서도
등불의 수고는 잊고 지낸다
곁에서 챙기고 보살펴 주는
등불의 고마움을 안고 가길
- 곁을 보자/BK
방향도 위치도
가늠할 수 없는
과거와 폐쇄만이 남은
허황한 거리
온기가 그리워지는 시간
비로소 찾을 것은 나
현재의 화려함과
군중 속의 서두름에서
드러나지 않던 나를 찾아
헤매이는 길
진정 무엇을 원하였던가
홀로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보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
둘만의 황량한 거리
외면하듯이 훑어보며
간격을 두고 물어보는데
아직 경계가 남은 듯
선뜻 다가서지를 않네
전부 열지를 않네
- 숨바꼭질/BK
석양~ 석조물 아래 해변의 여인,
찬란하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찬란한 시절이 있지
내 생애 찬란한 시절은
생을 떠나는 순간에 찾아오기를
- 찬란한 시절/BK
.
.
피어 39에서 피셔맨스 와프,
메리타임 역사공원 산책길까지~
일몰의 시퀀스~
하늘을 넘은 해가 지쳐
바다 위에 누우면
세상은 색을 잃은 채
노을빛 캔버스에
검은 윤곽만을 남기고
해가 물에 잠길수록
점점 다가오는 어둠
무심히 바라보던 나
작은 점으로 남아
한 켠에 정지되고
온통 검붉은 세상
물결만이 움직이는데
저 물결도 시간이 가면
멀리로 떠날 것임을
알면서도 바라만 보고
엉거주춤 일어서면
작은 윤곽만 바뀔 뿐
더 큰 의미가 있으랴,
바다를 붉게 태우는 노을
여전히 멀리 있고
- 일몰의 진화/B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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