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샌프란시스코, 일몰의 항구를 나는

BK(우정) 2022. 8. 4. 18:18

 

샌프란시스코

일몰의 항구를 나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떠돌았다

 

갈 곳이 없다~ 는 이유만으로

 

 

모두들 떠나던 날

나는 머물렀지

꿈과 희망은

머물러도

기다려도

다가오리라 생각했어

텅 빈 집들에

기억을 들어 앉히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기억들과

옛이야기를 나누었지

넓은 들판에는

구름과 바람을 초대하였어

긴 강물에는

시간의 배를 띄었어

한껏 뛰며

어울릴 때마다

하늘을

더 파랗게 물들이던

노래소리

웃음소리

덧없이 자라는 잡초들을

의미있는 화초로

가꾸어갔어

꿈과 희망은

살며시

모르는 새에 다가와

나를 흠뻑 채웠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어

노을이

더 붉게 물들던 날

모두들

돌아오고 있었지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

휑한 모습들로

마치

어제 떠난 이들처럼

익숙하게 여장을 풀고

숨어 들어가듯이

텅 비었던 집들을

꼭꼭 채웠지

집 안에 머물던

기억들은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로 사라져갔어

 

이제

놀이는 끝난 거야

일어서야지

모두들 돌아온 날

나는 떠나고 있지

사라져간

추억들을 따라

강과 구름이 흘러간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간이 머무는 곳

가득찬

꿈과 희망을

한껏 풀어헤칠 먼 곳으로

즐거울 거야

여전히

하늘은 파란 빛깔이니까

꿈과 희망은

가득 차서 출렁거리니까

 

- 나는 떠나리/BK

 

 

태양이 떠나고 어둠이 오면

등불은 홀로 밤을 밝혀준다

태양 그 위대함을 알면서도

등불의 수고는 잊고 지낸다

곁에서 챙기고 보살펴 주는

등불의 고마움을 안고 가길

 

- 곁을 보자/BK

 

 

방향도 위치도

가늠할 수 없는

과거와 폐쇄만이 남은

허황한 거리

온기가 그리워지는 시간

비로소 찾을 것은 나

현재의 화려함과

군중 속의 서두름에서

드러나지 않던 나를 찾아

헤매이는 길

 

진정 무엇을 원하였던가

홀로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보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

둘만의 황량한 거리

외면하듯이 훑어보며

간격을 두고 물어보는데

아직 경계가 남은 듯

선뜻 다가서지를 않네

전부 열지를 않네

 

- 숨바꼭질/BK

 

 

석양~ 석조물 아래 해변의 여인,

찬란하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찬란한 시절이 있지

 

내 생애 찬란한 시절은

생을 떠나는 순간에 찾아오기를

 

- 찬란한 시절/BK

 

.

.

 

피어 39에서 피셔맨스 와프,

메리타임 역사공원 산책길까지~

일몰의 시퀀스~

 

 

하늘을 넘은 해가 지쳐

바다 위에 누우면

세상은 색을 잃은 채

노을빛 캔버스에

검은 윤곽만을 남기고

 

해가 물에 잠길수록

점점 다가오는 어둠

무심히 바라보던 나

작은 점으로 남아

한 켠에 정지되고

 

온통 검붉은 세상

물결만이 움직이는데

저 물결도 시간이 가면

멀리로 떠날 것임을

알면서도 바라만 보고

 

엉거주춤 일어서면

작은 윤곽만 바뀔 뿐

더 큰 의미가 있으랴,

바다를 붉게 태우는 노을

여전히 멀리 있고

 

- 일몰의 진화/BK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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