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T 업무상 춘천 출장
업무는 늦은 오후, 아침 기차를 탔다
여행을 위하여
춘천행, 경춘선을 탄다
수증기로 천지가 가득 찬 날
흠뻑 젖은 북한강은 다가왔어
강변이 없어졌어
물의 범람, 강은 모두 잠겼어
.
.
종착역에 내렸어,
역 뒷쪽 길~ 강변으로 갔어
그래도 참깨꽃들은
곱게 대지를 수 놓고 있지
고소함
물살이 몇번을 쓸고 지나갔을까
강변의 모든 것들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지
강변에서 서 있었지
강을 넓게 둘러보았어
땅 위로 떨어지는 빗물까지도
의암호
여기에서 북한강과 소양강
두 줄기가 만나서
북한강이 되지. 두물머리까지~
그리고는 한강
비는 지금도 종일을 내릴듯해
온통 물의 세계,
투명 우산 위의 빗방울들과 하늘
나루터에는 오가는 배가 없고,
사람들은 모두 떠났어
잔뜩 차오른 물결만이
가까이에서 일렁이네
.
.
강변을 따라 걸어내려갔어
강 가까운 곳의 당간지주,
당을 거는 장대,
당간을 걸기 위해 세운 돌기둥들
얼마나 긴 시간을 서 있었을까
오랜 세월,
당과 당간은 사라지고
허공을 지탱할 뿐
춘천미술관 쪽으로 향하는 길
더 작은 길로 들어섰어
이런 정경을 예상하였지, 정겨움
옛마을의 향수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풍경ᆢ
한참을 서 있는다
이 소리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따라서 흐르는지ᆢ
.
.
낡은 집, 빈 집들,
시간은 낡아만 가네
예배당은 빈 터의 한 켠에
굳게 서 있지
.
.
그리고 7층 석탑,
고려시대의 석탑이라는데
천년의 세월을 견뎌왔구나
위대하고 훌륭하게도
그 뒤로, 백일홍 꽃무리들 너머
보이는 집들
저 집의 가족들은 매일,
백일홍 들길을 지나겠지
꽃만큼이나 곱게 살아가는 일상들
.
.
조금 지쳐가는데ᆢ쉬어야할 시간,
카페 브로떼, 발아원두로 알려진 집~
휴식을 위하여
아메리카노 룸바~ 를 택하였어
그리고 책장을 열었지ᆢ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ᆢ
블루편의 작가
'사랑 후에는 이별이 오지 않아
또 다른 사랑이 오지'
비가 그쳐가네
ᆞ
ᆞ
비 그친 후에
비가 그친 후에
또 다른 비가 내리는데
흠뻑 젖은 몸은
더 젖을 수가 없는데
강은 얼마나 더
비에 젖을 수 있을까
이별이 끝난 후에
또 다른 이별이 오는데
아픈 마음은
더 아플 수가 없는데
삶은 얼마나 더
이별에 아플 수 있을까
.
.
.
.
.
.
춘천 미술관~ 쪽으로 걸었다
멀리 봉의산에는 구름 안개와 여전한 비
날씨마다 어우러지는 풍경들이 있지
늦가을같은 8월의 정오
우산은 넉넉하니, 하늘까지 담고~
빗방울들의 율동,
빗소리들의 곡조는
우산살을 타고 전해오는데
붉은 벽돌의 옛 중앙감리교회 건물,
춘천 미술관
백여년전에 지어진,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식 건물
여류 서양화가의 추상화들을 전시하고 있다.
오늘은~
작품은 비구상, 타이틀도 추상
ᆞ
ᆞ
예술
이해가 어렵거나
공감이 적더라도
'다름'만으로도 매력적인
그림이 있다
ᆞ
ᆞ
미술관에서 나와 30분을 천천히 더 걸었다
죽림동 주교좌 성당을 향하여
신이 반기신다. 두 팔을 벌려
사랑의 무한대
백년이 된 성당,
근대 건축 유산 문화재. 둘러보면~
비 내리는 날이라 그 성스러움이 더하다
순교자 103위 성인, 그들의 모습
성당 안으로 들어선다
한 켠에 베일 속의 수녀
동성이기ᆢ
같은 성당안의 다른 기도ᆢ
.
.
이제 일하는 시간,
회사에서의 미팅, 업무
(구태형 선임을 만난다)
ᆞ
ᆞ
업무 후 춘천 닭갈비,
나름 유명인들이 들른 곳
막걸리가 곁들어지고
여러 맛, 모습, 풍경들이
비와 어울린다
.
.
돌아오는 길
강물은 줄었다. 다행히도
ᆞ
ᆞ
출장길에는 비
여름비가 가을비인 듯
내리는 날
중년은 소년인 듯
문을 나서고
과거가 현실인 듯
앞을 향하는데
추억은 꿈인 듯
가까이 다가오고
이별은 재회인 듯
말을 거는데
출장길이 여행인 듯
떠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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