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비 그친 후에, 예술.. 출장길에는 비

BK(우정) 2022. 8. 2. 05:40

2020년 8월 5일

 

KIAT 업무상 춘천 출장

 

업무는 늦은 오후, 아침 기차를 탔다

여행을 위하여

 

 

춘천행, 경춘선을 탄다

수증기로 천지가 가득 찬 날

흠뻑 젖은 북한강은 다가왔어

 

강변이 없어졌어

물의 범람, 강은 모두 잠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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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 내렸어,

역 뒷쪽 길~ 강변으로 갔어

 

그래도 참깨꽃들은

곱게 대지를 수 놓고 있지

고소함

 

 

물살이 몇번을 쓸고 지나갔을까

강변의 모든 것들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지

 

 

강변에서 서 있었지

강을 넓게 둘러보았어

땅 위로 떨어지는 빗물까지도

 

 

의암호 

여기에서 북한강과 소양강

두 줄기가 만나서

북한강이 되지. 두물머리까지~ 

그리고는 한강

 

  

비는 지금도 종일을 내릴듯해

온통 물의 세계,

투명 우산 위의 빗방울들과 하늘

 

나루터에는 오가는 배가 없고,

사람들은 모두 떠났어

잔뜩 차오른 물결만이

가까이에서 일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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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걸어내려갔어

 

강 가까운 곳의 당간지주,

당을 거는 장대,

당간을 걸기 위해 세운 돌기둥들

얼마나 긴 시간을 서 있었을까

오랜 세월,

당과 당간은 사라지고

허공을 지탱할 뿐

 

 

춘천미술관 쪽으로 향하는 길

더 작은 길로 들어섰어

 

이런 정경을 예상하였지, 정겨움

옛마을의 향수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풍경ᆢ

한참을 서 있는다

이 소리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따라서 흐르는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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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 빈 집들,

시간은 낡아만 가네

 

예배당은 빈 터의 한 켠에

굳게 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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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층 석탑,

고려시대의 석탑이라는데

천년의 세월을 견뎌왔구나

위대하고 훌륭하게도

 

 

그 뒤로, 백일홍 꽃무리들 너머

보이는 집들

저 집의 가족들은 매일,

백일홍 들길을 지나겠지

꽃만큼이나 곱게 살아가는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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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쳐가는데ᆢ쉬어야할 시간,

카페 브로떼, 발아원두로 알려진 집~

휴식을 위하여

아메리카노 룸바~ 를 택하였어

 

 

그리고 책장을 열었지ᆢ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ᆢ

블루편의 작가

 

'사랑 후에는 이별이 오지 않아

또 다른 사랑이 오지'

 

비가 그쳐가네

 

비 그친 후에

 

비가 그친 후에

또 다른 비가 내리는데

흠뻑 젖은 몸은

더 젖을 수가 없는데

강은 얼마나 더

비에 젖을 수 있을까

 

이별이 끝난 후에

또 다른 이별이 오는데

아픈 마음은

더 아플 수가 없는데

삶은 얼마나 더

이별에 아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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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미술관~ 쪽으로 걸었다

멀리 봉의산에는 구름 안개와 여전한 비

 

 

날씨마다 어우러지는 풍경들이 있지

늦가을같은 8월의 정오

 

우산은 넉넉하니, 하늘까지 담고~ 

빗방울들의 율동,

빗소리들의 곡조는

우산살을 타고 전해오는데

 

 

붉은 벽돌의 옛 중앙감리교회 건물,

춘천 미술관

백여년전에 지어진,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식 건물

 

여류 서양화가의 추상화들을 전시하고 있다.

오늘은~

 

 

작품은 비구상, 타이틀도 추상

 

예술

 

이해가 어렵거나

공감이 적더라도

'다름'만으로도 매력적인

그림이 있다

 

 

미술관에서 나와 30분을 천천히 더 걸었다

죽림동 주교좌 성당을 향하여

 

신이 반기신다. 두 팔을 벌려

사랑의 무한대

 

 

백년이 된 성당,

근대 건축 유산 문화재. 둘러보면~

비 내리는 날이라 그 성스러움이 더하다

순교자 103위 성인, 그들의 모습

 

성당 안으로 들어선다

한 켠에 베일 속의 수녀

동성이기ᆢ

같은 성당안의 다른 기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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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하는 시간,

회사에서의 미팅, 업무

(구태형 선임을 만난다)

 

 

 

 

업무 후 춘천 닭갈비,

나름 유명인들이 들른 곳

막걸리가 곁들어지고

여러 맛, 모습, 풍경들이

비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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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강물은 줄었다. 다행히도

 

 

출장길에는 비

 

여름비가 가을비인 듯

내리는 날

중년은 소년인 듯

문을 나서고

과거가 현실인 듯

앞을 향하는데

 

추억은 꿈인 듯

가까이 다가오고

이별은 재회인 듯

말을 거는데

출장길이 여행인 듯

떠돌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