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오갱끼데스까

BK(우정) 2022. 8. 2. 16:48

 

나는 오타루에 왔다.

기차를 타고

달을 보러 왔다

 

기차 창가, 바다가 좋은 곳

달이 예쁘게 뜨는 곳

 

 

하오, 늦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어둡도록 걸었다

역시, 달은 있다

 

나는 오타루로 가네요

기차를 타면 차창밖으로 지나는

바다를 보면서 가요

그 날, 우리는 이렇게

차창에 기대어 서서

창밖,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오타루로 갔지요

이제, 이야기는 떠나고

바다만 남아있어요

 

나는 오타루에 왔어요

달을 보러요

달은 서울에도 삿포로에도 있는데

오타루에 와서 보네요

그 날, 우리는 여기서

동그란 달을 보며

우리의 꿈도 동그랗다며

웃었어요

이제, 꿈은 떠나고

달만 남아있어요

 

 

오타루 운하

일몰의 전과 후

어둠은 왔고,

조각 구름들은 떠났다

 

빛이 고마운 이유

있으면 드러내어주고

없으면 가리워주니까

 

.

.

 

 

거리의 화가,

스케치하는 모습이 숭고하다

.

.

 

영혼을 스케치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굵은 선 가는 선

어두운 부분 밝은 부분

필요치 않으니

 

처음에는 밝게

나중에는 어둡게

마지막에는 투명하게

스케치하면 되니

 

살고 떠나는 모습처럼

 

 

영화~ '러브 레터'

오타루의~ 도서관~

사람없는 시간을 겨냥한 대가로 겨우 찾았다

후지이 이츠키가

히로코로부터의 편지를 읽던 곳

 

 

좋은 영화에는 두 가지가 있지

 

시간이 가면 잊혀지는, 머리에 담는 영화

시간이 가도 기억되는, 가슴에 담는 영화

 

인연처럼 - 영화/BK

 

 

밤을 걸었다. 철길을 따라~

 

조금 슬프지만

정겨운 풍경

 

 

어머니,

날이 어두웠습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셨는지요

 

예전에는 먼 들창의 불빛을 향해

밤길을 걸어갔지만

요즘은 가로등 불빛이

참 밝게도 비추어 줍니다

의지할 곳이 없어 두려웠던 시절

불빛의 따스함은 컸습니다

 

겪어온 세월 덕분에

세파에 단련된 영혼이 되어

이제는 불빛이 없더라도

길을 찾을 수 있을 듯도 하지만

그래도 불빛은 그립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집으로 가는 길은 늘 따뜻합니다

 

어머니,

오늘 밤도 따뜻하시기 바랍니다

 

 

걸어가는 길

철길도 외등도~ 인생길 같다

.

.

 

누군가 내게

인생을 얼마만큼이나 아는가

묻는다면

 

길을 비추는 외등 불빛만큼은 알아도

산을 비추는 달빛만큼은 모르겠어요

 

강으로 가는 냇물만큼은 알아도

바다로 가는 강물만큼은 모르겠어요

 

누군가 내게

인생을 얼마만큼이나 아는가

묻는다면

 

마주치는 그 이의 웃음만큼은 알아도

웃어주는 그 이의 마음만큼은 모르겠어요

 

 

오타루 해변, 대칭과 평행~

 

땅과 바다와 하늘

대칭과 평행인 듯

 

서로가 마주 보며

나란히 가라는 듯

 

 

오갱끼데스까

 

햇살이 바다 안으로 잠기는데

외등마저 힘들어 깜박이는데

먼 그대여, 오갱끼데스까

 

눈빛은 세월 안으로 꺼지는데

기억마저 힘들어 흐려지는데

오지 않는 그대여, 오갱끼데스까

 

먼 산에 하얀 눈이 가득 덮여도

십년전에도 십년후에도 지금처럼

화석으로 서서, 오갱끼데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