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타루에 왔다.
기차를 타고
달을 보러 왔다
기차 창가, 바다가 좋은 곳
달이 예쁘게 뜨는 곳
하오, 늦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어둡도록 걸었다
역시, 달은 있다
ᆞ
ᆞ
나는 오타루로 가네요
기차를 타면 차창밖으로 지나는
바다를 보면서 가요
그 날, 우리는 이렇게
차창에 기대어 서서
창밖,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오타루로 갔지요
이제, 이야기는 떠나고
바다만 남아있어요
나는 오타루에 왔어요
달을 보러요
달은 서울에도 삿포로에도 있는데
오타루에 와서 보네요
그 날, 우리는 여기서
동그란 달을 보며
우리의 꿈도 동그랗다며
웃었어요
이제, 꿈은 떠나고
달만 남아있어요
ᆞ
ᆞ
오타루 운하
일몰의 전과 후
어둠은 왔고,
조각 구름들은 떠났다
빛이 고마운 이유
있으면 드러내어주고
없으면 가리워주니까
.
.
거리의 화가,
스케치하는 모습이 숭고하다
.
.
영혼을 스케치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굵은 선 가는 선
어두운 부분 밝은 부분
필요치 않으니
처음에는 밝게
나중에는 어둡게
마지막에는 투명하게
스케치하면 되니
살고 떠나는 모습처럼
ᆞ
ᆞ
영화~ '러브 레터'
오타루의~ 도서관~
사람없는 시간을 겨냥한 대가로 겨우 찾았다
후지이 이츠키가
히로코로부터의 편지를 읽던 곳
좋은 영화에는 두 가지가 있지
시간이 가면 잊혀지는, 머리에 담는 영화
시간이 가도 기억되는, 가슴에 담는 영화
인연처럼 - 영화/BK
ᆞ
ᆞ
밤을 걸었다. 철길을 따라~
조금 슬프지만
정겨운 풍경
어머니,
날이 어두웠습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셨는지요
예전에는 먼 들창의 불빛을 향해
밤길을 걸어갔지만
요즘은 가로등 불빛이
참 밝게도 비추어 줍니다
의지할 곳이 없어 두려웠던 시절
불빛의 따스함은 컸습니다
겪어온 세월 덕분에
세파에 단련된 영혼이 되어
이제는 불빛이 없더라도
길을 찾을 수 있을 듯도 하지만
그래도 불빛은 그립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집으로 가는 길은 늘 따뜻합니다
어머니,
오늘 밤도 따뜻하시기 바랍니다
ᆞ
ᆞ
걸어가는 길
철길도 외등도~ 인생길 같다
.
.
누군가 내게
인생을 얼마만큼이나 아는가
묻는다면
길을 비추는 외등 불빛만큼은 알아도
산을 비추는 달빛만큼은 모르겠어요
강으로 가는 냇물만큼은 알아도
바다로 가는 강물만큼은 모르겠어요
누군가 내게
인생을 얼마만큼이나 아는가
묻는다면
마주치는 그 이의 웃음만큼은 알아도
웃어주는 그 이의 마음만큼은 모르겠어요
ᆞ
ᆞ
오타루 해변, 대칭과 평행~
땅과 바다와 하늘
대칭과 평행인 듯
서로가 마주 보며
나란히 가라는 듯
ᆞ
ᆞ
오갱끼데스까
햇살이 바다 안으로 잠기는데
외등마저 힘들어 깜박이는데
먼 그대여, 오갱끼데스까
눈빛은 세월 안으로 꺼지는데
기억마저 힘들어 흐려지는데
오지 않는 그대여, 오갱끼데스까
먼 산에 하얀 눈이 가득 덮여도
십년전에도 십년후에도 지금처럼
화석으로 서서, 오갱끼데스까
'발길을 따라 > 여행, 어디론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삿포로를 뒤로 하고 멀리 동북쪽, 기타미까지 가야한다 (0) | 2022.08.05 |
---|---|
눈사람 (0) | 2022.08.03 |
마드리드, 사라고사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0) | 2022.07.16 |
진주에서 (0) | 2022.07.15 |
방랑, 노르망디 (0) | 2022.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