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내렸다
삿포로를 뒤로 하고
멀리 동북쪽, 기타미까지 가야한다
.
.
차를 빌렸다.
먼저, 유바리까지 가는 길
늦가을은 고왔다.
서두르느라 잠시 멈추고, 오래 달렸다
잠시 멈춤에서 만난,
그저 그렇게 예쁜 풍경들
지도는 잊고,
물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을산은 북쪽으로 향할수록
점점 붉어졌다
.
.
어디쯤인지도 몰랐던 그 곳, 그 느낌
왜 이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까 - 기억/BK
ᆞ
ᆞ
그러다가, 작은 다리를 만났다
어디를 연결할까,
어디로 이어질까
짙은 갈색으로 녹이 슬어가고 있는,
늦가을로 가는 빛깔들
철골 구조물 사이로 강을 보았다
강물의 소리, 다리의 울림
.
.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이어주었을까
강은 깊어지고 몸체는 점점 녹이 슬어가도
벼랑 사이로 누워 숱한 인연들을 받아낸
아름답고도 숭고한 희생
아이를 업은 아낙이
일터에서 오는 남편을 기다릴 때에도
등짐을 진 가장이 지친 걸음으로
식솔들을 향할 때에도
길게 누워 몸을 내어준 고결함이여
- 다리가 있는 풍경/BK
유바리~ 를 지났다. 더 북쪽으로
갈수록, 가을은 늦가을이 되고,
조금은 더 추워졌다
.
.
유바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작은 역
타키노우에 역사,
기차도 인적도 없었다
.
.
기차는 떠난 거야
한 줌 인연마저도 싣고
남은 사연도 거두었으니
돌아올 이유가 없지
기다려 보는 거야
기차에 채 오르지 못한
인연과 사연들이
돌아올지도 모르니
.
.
간이역에서
시간의 기차를 기다리는가
시간은
철길로 머무를 뿐
우리가 움직여 가는 거야
기차처럼
ᆞ
ᆞ
오후 다섯시에 어둠이 왔다.
오비히로에 묵어야 했다
방을 구하고,
주점의 거리로 나섰다
기웃거리다가 들어섰다.
훗카이도에서는 삿포로 비루
혼자 마시다가 여럿이 되었다
.
.
일상의 무게가 어깨를 누를 무렵
조금은 굽은 어깨로
미닫이 문을 들어서면
반갑게 나누는 인사,
다들 좋은 사람들
즐거운 웃음들
오늘 하루도 잘들 살아왔구나
조금 더 크게 웃자,
위로와 격려로
가볍게 부딪는 술잔,
다들 좋은 사람들
다정한 이야기들
ᆞ
ᆞ
잤다. 깊게~ 새벽 다섯시까지
.
.
오비히로의 해는
저녁 5시에 지고 새벽 5시에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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