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방랑
방랑, 노르망디
기억이 나요. 그 날이
앙드레 지드를 찾아
중세의 기사를 보러
파리의 북쪽을 떠돌던 날
바람결에는
시간의 향기가 묻어오고
구름은 높이 떠서
서투른 이방인의 방랑을
관조하였죠
새들은 내게 물었어요
어디에서 왔니
무얼 찾고 있니
햇살은 자꾸 빛과 그늘을 만들며
말을 걸어왔죠
파리의 북쪽
어떠하냐고
난 몰라요. 그저
보이는 곳을 보고
들리는 것을 들을 뿐
눈을 찡그리며 대답했어요
햇살에게
먼 곳의 일을,
긴 시간의 사연을
한걸음 두걸음이 어찌 알겠어요
그저 바라볼 뿐이예요
무늬를 바꾸는 구름
기차가 스치는 벽
성채의 고고함을
그저, 들을 뿐이예요
성당의 종소리
카페의 달그락거림
떠나는 기차의 기적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그들의 뒷모습
속삭임을
높이 떠도는 구름이 지겨보듯이
떨어진 거리
멀어진 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