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9

할레아칼라

할레아칼라 '태양이 머무는 집' 반신반인 마우이가 떠가는 태양을 낚아챈 곳 그래서 일몰이 늦은 곳 휴화산 할레아칼라 일만 피트 허공을 드라이브로 오르면 바다와 관목의 숲 화산재가 쌓인 광야 생태계가 순차로 변한다 분화구 내의 최후 생태계 은빛 칼무리의 선인장 폐허에서 자라는 그 처절한 아름다움 Silversword '구름 위의 산책' 그 길을 걸으면 구름은 낮게 또 높게 구름 위의 바람은 메마른 땅을 지난다

한 잔

한 잔 오늘은 딱 한 잔만 할까 일에 치여 말에 지쳐 갈증으로 저물어가는 하루 생맥주 한 잔에 해소가 되고 중독인 듯 갈증이 그리우면 프렌치 프라이 한 조각 돈에 치여 삶에 지쳐 갈증으로 저물어가는 하루 생맥주 두 잔에 해소가 되고 중독인 듯 갈증이 그리우면 프렌치 프라이 또 한 조각 인연에 치여 팔자에 지쳐 갈증으로 저물어가는 하루 생맥주 세 잔에 해소가 되고 중독인 듯 갈증이 그리우면 프렌치 프라이 또 한 조각 오늘은 딱 세 잔만 하자

하오의 비어

하오의 비어 하오의 비어는 햇살과 마신다 곁에 앉히고 한 잔을 권하며 지나간 시간을 꺼내라 청한다 빛이 풀어 헤친 시간 다발에서 반짝이던 미루나무 이파리들 하늘을 날던 종다리의 그림자 달려가던 아이의 검은 머릿결 냇물에서 반짝이던 조약돌들이 탁자 위로 와르르 쏟아진다 하오의 비어는 한 잔에 취한다 주섬주섬 지난 시간을 챙기며 돌아서는 등을 햇살이 다독인다

하늘 푸르른 날에는

하늘 푸르른 날에는 하늘 푸르른 날에는 그 빛을 등불 삼아 마음 속 깊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보자 이끼 낀 계단아래 이제사 겨우 하늘빛 와 닿는 아득한 구석에는 눈물 자국 남은 어린 날의 내가 고개를 묻고 있을까 위를 보고 있을까 푸른 하늘빛 그 볼에 닿으면 젖은 눈동자를 들어 나를 바라볼까 울음으로 볼까 웃음으로 볼까 울다가 그친 웃음으로 볼까 하늘 푸르른 날에는 그 빛을 등불 삼아 기억 밖 너머 멀리로 멀리로 떠나가 보자

파사성을 오르며

파사성을 오르며 오르는 산길에 마주친 너는 진달래인가 옛 여인의 수줍음인가 거니는 성벽에 서있는 너는 소나무인가 긴 세월의 기다림인가 산성 너머로 보이는 너는 산벚꽃인가 헛된 꿈의 실루엣인가 멀리 구비구비 흐르는 너는 남한강인가 먼 길을 오가는 사연인가 떠나는 길에 불어오는 너는 바람인가 오늘을 지나는 시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