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 718

집적도, 무어의 법칙은 희미해져 간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반도체 업계를 지배한 패러다임이 있었다. 인텔의 공동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인 고든 무어(Gordon Moore)의 이름을 딴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바로 그것이다. 반도체의 집적회로 성능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이 법칙은 1960년대 중반 이래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왔다. 사실, 제품 개발의 트렌드이니 ‘법칙’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는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 혹은 ‘공밀레’를 통해 이 법칙은 지켜져 왔고 이를 통해 IT 산업은 빠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작아질 대로 작아진 반도체 공정으로 무어의 법칙은 그 유효성에 한계가 도래했다. 이와 함께 ‘대단위 투자 ~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 ~..

TV, 알고 사세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2021‘에서 최고 혁신상 6개를 포함해 총 68개의 혁신상을 대거 수상하며 글로벌 전자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가전 전시회에서 TV 부문은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핵심 시장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 선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과열된 경쟁 속에서 헷갈리는 이름과 복잡한 네이밍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데요. OLED, QLED, Mini LED 등 복잡한 TV기술과 용어를 아주 간단하고 최대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TV의 기초가 되는 기술들을 알아보자. TV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화면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부터 공부해볼게요. 카메라를 이용해 TV를 최대한 근접해서 찍게 되면 우리가 ..

미니 LED TV의 시대

삼성과 LG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에서 맞붙는다. 내달 나란히 출시를 앞둔 두 업체는 서로 자사 제품 우수성을 강조하면서도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며, 직접 대결 구도는 피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이 큰 미니 LED TV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면 대결은 불가피하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판매가격 설정부터 마케팅, 유통 등 초기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베일 벗은 삼성-LG 미니 LED TV 출격 '카운트다운' 미니 LED TV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 LED를 촘촘하게 넣은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제품이다. 기존 LCD 단점인 명암비를 크게 개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미니 LED TV는 비슷한 시기에..

OLED, 모니터로 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3월부터 화면 주사율 90헤르츠(Hz)의 노트북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본격 양산한다고 21일 밝혔다. 기존에 나온 노트북용 OLED는 대부분 60Hz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노트북용 90Hz OLED 개발을 완료,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한다. 다수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도 화면 주사율 90Hz의 고급형 OLED 노트북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화면 주사율은 1초간 화면이 몇 번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화면이 더 빠르게 바뀌면서 끊김 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주사율 90Hz는 90개의 정지 화면이 1초 동안 빠르게 바뀌면서 사람이나 차가 실제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주사율이 너무 높으면 그만큼 발열과 소비..

아파트 이야기, 모양과 구조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정치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윈스턴 처칠이 남긴 말이다. 처칠의 말처럼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주거공간을 창조하는 동시에 우리네 인생살이는 삶의 터전인 주거공간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주거는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이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따라서 주거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생활을 잘 담아내야 하며,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한층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판상형 vs 타워형, 뭐가 더 좋을까? 한국인 절반 이상이 사는 아파트는 한국인의 삶과 생활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주거공간이다. 그런데 어떤 아파트는 공간이 잘 빠져서 생활하기 편리하다며 인기를 모으는 반..

머리카락 굵기의 도로가 운동장인 모빌리티들

3D프린팅으로 빚어낸 마이크로스위머의 항해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에서 금방이라도 선원들이 나와 분주하게 움직일 것 같다. 선실부터 지붕 위 굴뚝까지 정교하게 구현된 이 배의 크기는 단 3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머리카락 위에 올려놓으면 마치 4차선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처럼 보일 정도다. 마이크로보트는 과산화수소 수용액 위를 분주하게 항해한다(사진). 다니엘라 크래프트 네덜란드 라이덴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소프트 매터’에 공개한 마이크로스위머(microswimmer) 6종 중 하나다. 마이크로스위머는 자체 추진력을 가지고 액체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입자를 뜻한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보트를 포함해 나선형 모양, 로티니 파스타처럼 생긴 소용돌이..

엘리베이터 이야기

“엘리베이터는 위험해서 타지 않는 분들 많으시죠? 저희가 개발한 엘리베이터는 줄이 끊겨도 절대 추락하지 않습니다.” 1853년 신흥국 미국의 과학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열린 뉴욕 세계박람회(New York Expo)에서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한 번에 모으는 아찔한 시연이 펼쳐졌다.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라는 발명가가 안전장치를 개발했다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중 높이 올라간 후 매달려 있는 줄을 끊어버렸던 것. 줄이 끊어지는 순간 관람객들은 비명을 내질렀는데 신기하게도 오티스가 탄 엘리베이터는 땅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 섰다. 얼핏 마술쇼처럼 보인 이 장면은 작게는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기업인 오티스의 창업스토리이지만 크게는 현대 도시문명의 근간인 공간의 수직 혁명을 몰고 오는 시발점이 되는 대사..

백신, 무얼까?

지난 1년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팬데믹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인류는 이제 어두운 터널의 끝을 알리는 한 줄기 빛을 보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몇몇 제약회사가 개발한 백신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사람들에게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백신은 감염병에 대해 인위적으로 집단 면역을 일으킬 수 있어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백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인류가 처음으로 만든 백신은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만든 천연두 바이러스 백신이다. 당시 천연두는 사망률이 40%에 달했던 공포의 질병이었다. 그런데 소 젖을 짜는 일을 하는 사람은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소들이 걸리는 천연두라고 할 수 있는 우두에 가끔 전염..

세계 최초의 지하철, 1863년 영국

1863년 영국 런던에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했다. 조선의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지 약 2년 뒤이고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이 즉위하던 해의 일이니 지하철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 런던은 인구 250만 명의 세계 최고로 붐비는 도시였다. 이 거대 도시에는 환경 오염, 전염병 등 여러 문제가 뒤따랐다. 그중 하나는 바로 교통 문제였다. 매일 25만 명의 사람들이 더럽고 좁은 길을 이용하면서 도시 중심부의 교통은 심각하게 정체됐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는 기차는 런던 외곽까지만 운행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마차를 끄는 말들이 길거리에 엄청난 양의 똥을 싸며 거리를 오염시켰다. 1854년 런던은 이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 문제의..

감염병의 암울함, 그리고 역동성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창궐에 얇은 마스크 한 장으로 저항하며 버틴 한 해가 저문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예측은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한 예측이 그러하다.”라고 말했다는데, 요새 이 말을 씁쓸하게 곱씹는 사람들 중 하나는 박식하고 인기 있는 저술가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아닐까 싶다. 겨우 3년 전인 2017년에 나온 저서 (히브리어 원서는 2015년 출판)에서 하라리는 인류가 과거 수천 년 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난제들로 기아, 역병, 전쟁을 언급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이 난제들은 극복되기 시작했고 20세기에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되었으며, 이제 21세기는 소수의 상류층이 그 인류 보편의 성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대미문의 신(神)적인 지위에 오르려 애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