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사람과 예술 189

앙리 마티스

“내 삶의 줄거리에는 이렇다 할 사건들이 없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나는 1869년 12월 마지막 날 북부 프랑스의 르카토캉브레지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상인이었던 나의 선친은 아들이 법관이 되기를 원했으므로 나는 열여덟살에서 스물두살까지 생캉탱의 한 법률사무소 서기로 충실하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도시에는 섬유디자이너 양성학교가 있었다. 그림과 데생에 흠뻑 빠져든 나는 매일 아침, 심지어는 겨울철에도, 수업을 듣기위해 7시와 8시 사이에 일어났다. 결국 부모님은 법학을 그만두고 파리에 가서 그림공부를 해도 좋다고 허락하셨다” 1921년 쓴 편지에 나오는 이 대목은 앙리 마티스(1869~1954)가 자기 삶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률사무소 서기로 일하던 중 ..

외젠 드라클르아, 낭만주의의 선구자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미술계를 평정한 화풍은 경건한 신고전주의였다. 그리고 그 대변자는 완벽한 초상화로 명성을 떨친 앵그르였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대적할 자가 없을 것만 같던 신고전주의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젊은 화가가 등장한다. 낭만주의의 선두주자가 될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 1798~1863년)다. 그도 원래는 앵그르의 스승이자 신고전주의를 선도한 자크 다비드 화풍을 이어받은 선생에게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곧 선을 중시하는 신고전주의의 딱딱한 느낌을 버리고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색채와 유려하고 자유로운 붓질로 자신만의 화풍을 창조했으니, 바로 낭만주의다. 갓 스물을 넘긴 나이부터 들라크루아는 뛰어난 솜씨로..

루벤스, 로마인의 자비

시몬과 페로 - 로마인의 자비(Caritas Romana) 루벤스 (Peter Paul Rubens) 이 그림은 벨기에 플랑드르 화파의 거장 루벤스의 작품이다 내용을 알지 못하면 상당히 외설적인 그림이다. 이 그림의 배경은 로마의 철학자, 역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책 '로마의 기념할 만한 업적과 기록들'에 나오는 '페로의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소재로 루벤스가 그린 작품이다. 시몬이 걸친 검은 옷은 그의 비극을, 페로가 입은 붉은 옷은 자식으로서의 뜨거운 사랑을 표현한다. 옛날 로마 시대에 시몬(Cimo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역모죄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그 형벌은 감옥에서 굶겨 죽이는 것이었다. 노인에게는 페로(Pero)라는 딸이 있었다. 때마침 출산 후 수유 기간이었던 딸은..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공장이다. 국화빵기계다. 지하철 자동 개찰구다. 어디 한 번 그 투입구에 당신을 넣어보라. 당신의 와꾸를 디밀어보라. 예컨대 나를 포함한 소설가 박상우나 시인 함민복 같은 와꾸로는 당장은 곤란하다. 넣자마자 띠-소리와 함께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 투입구에 와꾸를 맞추고 싶으면 우선 일 년 간 하루 십 킬로의 로드웍과 섀도 복싱 등 피눈물나는 하드 트레이닝으로 실버스타 스탤론이나 리차드 기어 같은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 것. 일단 기본 자세가 갖추어지면 세 겹 주름바지와, 니트, 주윤발 코트, 장군의 아들 중절모, 목걸이 등의 의류 악세사리 등을 구비할 것. 그 다음 미장원과 강력 무쓰를 이용한 소방차나 맥가이버 헤어스타일로 무장할 것. 그걸로 끝나나? 천만에, ..

레이디 고디바, 존 콜리어

말을 탄 아름다운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거리를 돌고 있다. 보기 좋게 살찐 고급 품종의 아라비아산(産) 백마의 입에는 황금으로 된 재갈이 물려있고, 자주색 안장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또한 사자와 방패 무늬의 문장으로 장식된 고삐와 덮개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고개를 숙인 가녀린 여인의 모습, 무슨 죄를 지었기에 발가벗고 있을까. 분명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여인의 곱고 아름다운 자태에 동정심이 절로 인다. 여인의 이름은 고디바(Godiva). 11세기 영국 런던 북부에 위치한 코번트리를 지배하던 레오프릭 백작의 부인이다. 레오프릭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며 통치했던 고약한 영주였다. 농사가 잘 되든 못 되든 무거운 세금을 징수해 백성들의 원성이 컸다. 이를 보다 못한 그..

명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1996년에 제작, 이듬해인 1997년에 상영해서 그 해 전 유럽과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각광을 받은 명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번역:영국인 환자)”이다. 이 영화는 199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최우수 감독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디자인상, 음향상, 편집상, 음악상 등 전체 오스카 24개 부문 중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9개 부문을 석권했고 영국의 아카데미상에서도 다수의 상을 획득한 최고의 명화이다. 특히 오늘 영화설명에 앞서서 본 영화를 만든 천재감독 안소니 밍겔라(Anthony Minghella) 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1954년생 이태리계 영국 영화인으로서 감독 뿐 아니라 각본, 제작, 기획, 연기자 그리고 음악분야에 이르기 까지 만능 영화작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