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315

삿포로를 뒤로 하고 멀리 동북쪽, 기타미까지 가야한다

훗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내렸다 삿포로를 뒤로 하고 멀리 동북쪽, 기타미까지 가야한다 . . 차를 빌렸다. 먼저, 유바리까지 가는 길 늦가을은 고왔다. 서두르느라 잠시 멈추고, 오래 달렸다 잠시 멈춤에서 만난, 그저 그렇게 예쁜 풍경들 지도는 잊고, 물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을산은 북쪽으로 향할수록 점점 붉어졌다 . . 어디쯤인지도 몰랐던 그 곳, 그 느낌 왜 이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까 - 기억/BK ᆞ ᆞ 그러다가, 작은 다리를 만났다 어디를 연결할까, 어디로 이어질까 짙은 갈색으로 녹이 슬어가고 있는, 늦가을로 가는 빛깔들 철골 구조물 사이로 강을 보았다 강물의 소리, 다리의 울림 . .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이어주었을까 강은 깊어지고 몸체는 점점 녹이 슬어가도 벼랑 사이로 누워..

눈사람

할슈타트에서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길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가 잠시, 길을 잃었어요 세상은 모두 눈이었고, 눈 덮인 들판을 즐겁게 헤매었죠 낡은 예배당을 만났고, 한참을 앉아있었죠 행복했어요. 평온이 해가 더 기울지만 않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터인데 ᆞ ᆞ 눈사람 눈밭에서는 눈사람이 되고 싶다 하얗게 살다가 투명하게 가고 싶다

오갱끼데스까

나는 오타루에 왔다. 기차를 타고 달을 보러 왔다 기차 창가, 바다가 좋은 곳 달이 예쁘게 뜨는 곳 하오, 늦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어둡도록 걸었다 역시, 달은 있다 ᆞ ᆞ 나는 오타루로 가네요 기차를 타면 차창밖으로 지나는 바다를 보면서 가요 그 날, 우리는 이렇게 차창에 기대어 서서 창밖,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오타루로 갔지요 이제, 이야기는 떠나고 바다만 남아있어요 나는 오타루에 왔어요 달을 보러요 달은 서울에도 삿포로에도 있는데 오타루에 와서 보네요 그 날, 우리는 여기서 동그란 달을 보며 우리의 꿈도 동그랗다며 웃었어요 이제, 꿈은 떠나고 달만 남아있어요 ᆞ ᆞ 오타루 운하 일몰의 전과 후 어둠은 왔고, 조각 구름들은 떠났다 빛이 고마운 이유 있으면 드러내어주고 없으면 가리워주니까 . . ..

마드리드, 사라고사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어서, 여전히 기억이 나는 하루 비행기는 마드리드 도착, 새벽이었어, 기차역으로 갔지 차가운 공기는 폐 깊숙이로 들어왔어 사라고사행, 당일 기차표는 없었어, 하루를 묵기로ᆢ 예측 못한 하루가 주어진 거야, 역 가까운 호텔을 잡았지 . . 갑자기 온 하루, 종일을 마요르 광장에서 기다렸어 뭔가를, 누군가를ᆢ어떤 일들을ᆢ 이상한? 사람들만 자꾸 다가오더군 멀쩡한 사람을 만나거나, 멋진 일을 기대하며 참았지 상그리아를 몇 잔, 기울였어, 그래도 조금씩 취해갔지 게으른 나는, 늘 기다리지 누군가 와서, 무언가 저질러지기를ᆢ . . 책 한권, 글 몇 줄에 겨울밤은 금새 다가왔어 아무 인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나는, 호텔까지 걸으며 마지막 희망을 가졌지 집으로 가는? 이들은 서두르고들 있었어...

진주에서

새벽 5시 40분, ktx로 진주행이다 맥도날드도 참 부지런하다 새벽에도 비~ 종일을 비 비 내리는 호남선~ 이 움직여간다 ᆞ ᆞ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업무를 마치고 진주성으로 향한다 충무공 김시민 장군, 진주대첩 성 아래로 흘러가는 남강 촉석루를 찾아가는 길 능소화가 고개를 내민다 담장 너머로 ᆞ ᆞ 슬픈 꽃 능소화가 기와 담장 너머로 힘없이 고개를 내민다 구중궁궐 님을 기다리다 꽃이 된 슬픈 궁녀의 한 그래서 능소화는 한옥 담장 너머로 슬픈 듯 피어야 제격이다 사모에 높고 낮음이 있으랴 멀고 가까움이 있으랴 비 내리는 밤 기다리는 마음이 빗물 흐르는 들창을 넘는다 ᆞ ᆞ 담장 안으로 보이는 촉석루 내 할머니, 朱논개~ 께서는 여기에서 낙화, 순국하셨다 논개는 관기가 아니었다. 장수 현감..

방랑, 노르망디

노르망디~ 방랑 방랑, 노르망디 기억이 나요. 그 날이 앙드레 지드를 찾아 중세의 기사를 보러 파리의 북쪽을 떠돌던 날 바람결에는 시간의 향기가 묻어오고 구름은 높이 떠서 서투른 이방인의 방랑을 관조하였죠 새들은 내게 물었어요 어디에서 왔니 무얼 찾고 있니 햇살은 자꾸 빛과 그늘을 만들며 말을 걸어왔죠 파리의 북쪽 어떠하냐고 난 몰라요. 그저 보이는 곳을 보고 들리는 것을 들을 뿐 눈을 찡그리며 대답했어요 햇살에게 먼 곳의 일을, 긴 시간의 사연을 한걸음 두걸음이 어찌 알겠어요 그저 바라볼 뿐이예요 무늬를 바꾸는 구름 기차가 스치는 벽 성채의 고고함을 그저, 들을 뿐이예요 성당의 종소리 카페의 달그락거림 떠나는 기차의 기적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그들의 뒷모습 속삭임을 높이 떠도는 구름이 지겨보..

여전히, 경계

토론토에서 아바나로 넘어갔다 석양을 곁에 두고~ . . 500년, 카리브해의 역사 럼과 재즈, 시가, 헤밍웨이의 도시ᆢ 먼저 한 일은, 그저 걷는 것이었다 골목을, 거리를 ᆞ ᆞ 여전히 꽃이 피었나요, 새가 우나요 거기도 그랬어요, 그 날도 그랬어요 꽃이 피어요, 새가 울어요 여기도 그래요, 오늘도 그래요 . . ᆞ ᆞ 경계 사물도, 사람들도 다른 각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그를 온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몽상의 허구

호수가 있어서 좋고, 호반을 거닐어서 좋다 이국의 호수들 캘리포니아 깊은 곳, 킹스 캐년과 세콰이어 국립공원 안쪽 1.5킬로 고도의 흄 호수가 있다 고요하고 잔잔한 곳, 일몰이 아름다운 곳 평화로운 은둔지에 해가 지고 있다 호수에서는 해가 호수너머로 진다 호수너머로 해가 지면 호수와 하늘은 하나가 된다 호수도 하늘도 짙고 푸른색 노을을 보며 나는 노을빛 창가에 앉는다 노을이 호수 끝에 걸리면 노을과 나는 하나가 된다 노을도 나도 저물어가는 솔로 ᆞ ᆞ 캐나다 로키, 밴프의 호수들 산 위, 만년설이 녹은 물 차갑고도 청량한 물빛이 곱다 나 여기 머무르고 있음을 아는 이 없으리 나 너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아는 이 없으리 잊으려 깊이 들어가도 비 그친 후 버섯인 듯 축축함을 열고 자라는 그리움 지우려 눈을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