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513

한강에서

한강에서 강변에 서면 한강이 흘러온다 오래 전 구석기시대로부터 멀리 태백 검룡소로부터 강변에 서면 오늘이 보인다 강을 가르는 다리, 꽃의 물결 숲과 도시, 그 위를 지나는 해 강변에 서면 한강이 흘러간다 아득히 떠나갈 날 그 이후로 끝없는 황해 그 먼 바다로 강변에 서면 시공이 보인다 내가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 내가 보는 것과 나를 보는 것

크로넨부르, 1664 블랑

크로넨부르, 1664 블랑 BK 와인의 나라 프랑스의 맥주 1664년, 스트라스부르에서 온다 와인의 향미에 더해지는 꽃의 향기와 잎새의 맛 블랑 = 화이트 벨지안 화이트 스타일 하얀 거품이 매력적이다 거품은 새콤하며 거품 아래의 밝은 황금빛 향긋한 탄산의 맛이 흐른다 연이어 다가오는 진한 향 그리고 순하게 이어지는 맛 새콤함은 끝까지 유지되고 블랑의 글라스는 비워진다 꽃의 향기와 잎새의 맛 더해지는 매혹적인 그리움 향수의 나라 마드모아젤의 향기 2014년, 파리 뤼 비알라에 있다

삼일로 창고극장

삼일로 창고극장 명동성당을 나와 남산공원을 향하는 길 알고 있는 이들에게만 보일 수 있도록 '삼일로 창고극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70년대 후반, 껍질을 깨던 고교 시절 어쩌다가 괜스레 혹은 멋으로 찾던 곳 고인이 된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사춘기 무렵, 울타리를 넘던 반항적 욕구 그 무리함을 일부나마 정당화시켰던 곳 이해 못하는 카프카를 동경케하였던 곳 명동역 가는 길, 한 정거장을 더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