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Chinchon, 친촌,친~하고 촌~스러운~

BK(우정) 2022. 7. 17. 09:39

2016년 2월

 

어느 무료한 날의 마드리드,

시외 버스를 탔다

 

행선지도 모르고 목적지도 없이

 

 

한시간여쯤 지나는데 창 밖,

밋밋한 풍경

 

사람들이 많지 않을 듯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불구불 기어가는 버스를 내렸다

.

.

 

Chinchon, 친촌,

친~하고 촌~스러운~ 이름?의 마을

언덕 아래에 광장을 중심으로,

기슭을 두르고 있다

 

커피잔을 기울이며

언뜻 간판을 보는데,

창 밖, 마을 풍경의 스케치네~

 

 

공간의 얼개를 따라

선을 이어가면

풍경 스케치는 그려지지만

아직은 미완성인 그림

 

시간의 얼개를 따라

선을 이어가면

세월 스케치는 그려지지만

아직은 미완성인 인생

 

- 스케치/BK

.

.

 

 

누구를 만날까, 무얼 볼까~

느릿한 산책을 시작하는데

 

마을 높은 곳에 쉽게 다다르면 

평일의 오후, 이 한적함,

la siesta 시간인 듯~

 

모두는 잠이 들고, 나는 걷는다.

평범함의 일상

 

만날 이도, 술잔도 없는ᆢ

고요가 오고 있는데 

그래도 터벅터벅~ 반나절~

그저 그런 날

 

그저 그렇게 또 하루가 온다

 

 

그저 그런 마을에 들러

 

그저 그런 기분으로 거리를 걷고

 

그저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그런 날씨, 그저 그런 계절

 

그저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

.

 

 

십자가 앞에서는 멈추자

삶 자체가 부끄러움, 사하여 주소서.

늘~ 드리는 기도

 

 

멈추고, 머무르자

 

통화, 전화가 온다

.

.

 

아, 여보세요

 

멀리서 전화를 주셨네요. 반가워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좀 바쁘네요

 

담벼락에서 미소 짓는 햇살,

함께 웃어줘야 하고

 

발끝을 툭 차는 돌맹이,

대꾸도 해야 하고

 

바람이 스치며

속삭이는 귀엣말도 들어줘야 하거든요

 

저기 보이는 곳에서 자꾸 손을 흔드는 

구름도 만나러 가야 하구요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겠어요

 

조금, 한가해지면 전화를 드릴께요

.

.

 

 

그리고, 사라져간다

 

.

.

 

 

수줍은 너의 뒷모습이

햇빛 속으로 사라질 때

나는 어둠 안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네

 

네 모습 언젠가는 돌아와

비어가는 술잔에

빛을 가득 담아주기를 바라며

머무르고만 있었네

 

빛나는 날은 오지 않았고,

어둠은 더욱 깊어가도

나의 기다림은 여전히

진행 중이네

 

언젠가 돌아올 날이 있겠지,

떠날 날도 있겠지

어느 날이 오던 간에 내가 할 일은

기다림 뿐이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떠날 수가 없어서 기다릴 뿐이야, 무언가를

 

그 곳에서의 그 시간들

 

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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