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추웠던 날, 북한강으로 갔다

BK(우정) 2022. 3. 1. 15:31

 

추웠던 날, 나는 북한강으로 갔다

 

북한강을 향할 때는

시우리를 지난다

 

 

 

시우, 時雨

때를 맞추어서 내리는 비

 

이 곳은 늘 젖어 있다

이 곳에 오면

마음도 늘 젖어 든다

 

고향을 닮은 마을

그 높이의 산이 있고

그 깊이의 개울이 있고

긴 밭이랑이 있고

산 아래 옛 집들이 있고

 

스치듯 지나는 마을에 서서

먼 곳 어딘가를 본다

잊었던 무언가를 본다

 

시우리에서 보이는 고향은

그리움으로 젖어 있다

.

.

 

 

그리고, 겨울강에 이른다

 

겨울의 강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

그 곳에는

8 계조의 흑백 풍경만 있었다

 

 

 

바람이 멈추고

새가 날지 않는 순간

모든 것은 정지 되었다

 

나는 그 곳에서

시간마저 정지된 공간을 보았다

 

멀리서 오는 빛도

가까이서 흐르는 물도

고요의 혼돈 속에서

멈칫거리고 있었다

 

 

 

 

자연인가, 장식인가

풍경들은 새롭다

 

 

오늘, 엷은 안개는 서있는 뜨락에서 북한산을 멀리 보이게 하였습니다.  요즘처럼 가늠할 수 없는 혼돈이 밀려올 때에는 이렇게 멀리 희미한 풍경이 그립습니다.  그 풍경을 찾아간 경춘가도, 청평대교를 건너 352번 국도로 돌아오는 길

 

 

겨울의 북한강은 운전석 우측에서 나란이 흘러오고 흘러갑니다.  겨울비는 안개 속을 내리고, 강과 산에는 비에 젖는 흰 눈, 피어 오르는 안개가 꿈결같은 풍경들을 만들어냅니다.  비와 안개, 흰 눈의 평원, 그리고 얼어붙은 강, 모두 수증기들의 향연입니다.

 

 

 

삶의 모든 것은 혼돈, 그 혼돈들은 멀리 보이는 풍경, 그 고요함 속에 머무릅니다.  혼돈은 풍경이 되고 고요가 됩니다.  북한강에서는 멀리 보는 법, 그리고 고요 속에 머무는 법을 배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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