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빛과 숲

BK(우정) 2019. 6. 23. 05:57




빛과

 

 

빛을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숲에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신만이 빚을 수 있는 색들이 있다

실로 경이로운 색, 그 빛을 본다

바람이 불면 빛의 율동을 본다

작은 잎들에서 숱한 각도로 반사되는

그 빛들의 편린, 찬란한 군무

바람이 불면 높은 하늘을 본다

코발트 블루 캔버스에

제멋대로도 질서정연하게도 아닌

경이롭게 펼쳐지는 천연 모자이크들

 

빛의 시간이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저 멀리서 다가와서 정점을 지나는 빛

그 빛은 쉴새 없이 그늘을 만들고

작게 흔들리며 크게 움직이는

빛을 본다. 시간을 본다

무지개 빛을 수만 개로 잘게 나눈

제 각각의 편린들

그들의 거대한 질서

이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형형색색 낙엽의 융단 위에

찬란한 빛의 커튼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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