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의 상념
다가오는 병을 맞이하느라
병상에 누우면
일상의 번거로움은 잊혀져 가고
지나간 날들의 생채기가 다시 도진다
쓸쓸히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이 가슴을 누르고
이렇듯 눈을 감고
살아온 긴 여정을 되돌아 보면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혼미해진다
창 밖에는 봄비가 오듯이
눈이 녹아 흐르는 소리가 들려 오고
곁자리에는 아지랑이라도 피어 오르는 듯
막연한 따스함에 손길을 더듬어 본다.
언제나 텅 빈 그 자리는
딛고 올라갈 층계참으로 채워졌고
이제는 그 길을
내려가야 할 때인가 보다
잘 딛고 올라간 발걸음이
잘 딛고 내려올 수 있을까
더 오르지 못하는 길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이제는 그 길을 돌아오며
서둘러 오르느라 미처 머물지 못하였던
작고 어두운 곳을 돌아보아야겠다
그 곳에서는
미처 찾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고
혹은 지고 살아온 크고 작은 등짐들을
내려 놓을 작은 여유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쓸쓸히 떠나간 이와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고
행여나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을
내 아픔과 함께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