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지식 257

TV의 변천사

◆CRT부터 LCD까지 TV 디스플레이의 원조는 ‘브라운관’으로 불리는 CRT다. 브라운관으로 이름 붙여진 이유는 최초 발명자의 이름이 칼 브라운이었기 때문이다. 1897년 독일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칼 브라운 교수가 발명한 CRT는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가 브라운관 유리에 칠해진 형광물질을 자극해 화면을 만드는 원리로 개발됐다. 기술 발전으로 가전이 경량화되면서 그 쓰임새가 TV와 모니터로 확산돼 1960년대 전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의 패권을 쥘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첫번째 TV는 무엇이었을까. 1960년대 당시 국내에서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TV를 유통하고 있었는데 1965년 정부가 금성사(현 LG)에 부품수입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인 제조에 돌입했다. 금성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온 첫번째 TV는 196..

원자가 분자로, 1조분의 1초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거나 김치가 익는 것처럼 일상생활 속 모든 화학 반응은 원자가 만나 분자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생활 속 반응과 달리 원자가 분자로 변화는 과정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 너무 작은 원자가 1조 분의 1초 내의 짧은 시간에 움직이는 것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측이 어렵던 원자가 결합해 분자로 변하는 모든 과정을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포착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효철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이달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밝혔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원자는 수 펨토초(1000조분의 1초)에 100억 분의 1m 정도만 움직인다. 이를 실시간으로..

일본, 잠자는 한국을 깨웠나?

지난해 7월 4일. 일본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전격 단행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거의 1년이 지난 23일 반·디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의 취재를 종합하면 “걱정은 그저 걱정이었을 뿐, 오히려 국산화를 높이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은 발 빠르게 소재 공급처 다변화와 소·부·장 국산화에 나섰고, 정부는 핵심소재 육성 정책으로 뒷받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 ‘국산화·다변화’로 체질 개선 성공 일본은 지난해 7월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 폴리이미드 등 첨단소재 3종의 수출을 묶었다. 3개 품목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건별 허가’..

열역학, 엔트로피와 질서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전성기를 이끈 원동력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이전 18세기의 산업혁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산업혁명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증기기관과 제임스 와트를 떠올린다. 과학과 기술의 친밀도를 과신하거나 기초과학의 역할을 지나치게 내세우다보면 뉴턴 이래 18세기 열역학의 발전이 증기기관과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결론에 쉽게 빠진다.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와트의 증기기관이 시대적으로는 열역학보다 앞섰다. 제임스 와트는 이산화탄소를 발견한 블랙의 ‘절친’이었다. 와트가 만든 새로운 증기기관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776년이었다. 그러니까 18세기에 증기기관과 산업혁명이 출현했고 열역학은 19세기에야 학문적으로 정립되었다. 열역학은 물론 열 현상을 다루..

우주, 암흑 물질

우주에는 눈에 보이는 다양한 천체들이 있다. 그런데 이 천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로부터 힘을 받는 듯한 행동을 한다. 이 보이지 않는 물질은 어떤 종류의 전자기파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도 관측할 수가 없다. 관측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물질은 우주에 확실히 존재하며 총 질량이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의 약 5배나 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을 암흑 물질이라 부른다. 암흑 물질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암흑 물질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은 1930년대 스위스의 천문학자인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이다. 그는 지구에서 약 3.2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의 질량을 두 가지 방법으로 측정했다. 첫 번째는 ..

순간 이동, 양자와 전자들의~

공상과학 영화 ‘스타 트렉(Star Trek)’ 시리즈에서는 사람을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 시키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이 때문에 ‘나를 송신시켜줘!(Beam me up)’라는 말은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어구가 됐다. 이 명령은 등장인물들이 외부 행성이나 우주선에서 모선(母船)인 엔터프라이즈호로 돌아올 때 혹은 반대로 원하는 곳으로 갈 때 발령된다. 인간의 순간이동(teleportation)은 이 같은 공상과학에서만 존재하지만, 양자 역학의 아원자(subatomic) 세계에서도 TV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 양자 세계에서의 순간 이동은 물질의 전송보다는 정보 전송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광자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컴퓨터 칩에 있는 광자 사이에..

중력파 관측, 마이컬슨 간섭계

1886년에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Williams Morley, 1838~1923)가 간섭계 실험을 통하여 빛의 가상 매질인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상대성이론의 길을 열어 준 지 약 130년이 지난 후, 마이컬슨 간섭계가 또 한 번 과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 2015년 9월, 사상 최초로 중력파를 관측한 것이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과학 협력단(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은 약 5개월간의 분석 과정을 끝낸 후, 2016년 2월 기자회견을 통하여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여 하나의 블랙홀로 병합되기 직전에 발생한 중력파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공식 ..

벌새의 색 인지

과학자들은 새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색 시력(color vision)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삼색체다. 사람의 눈은 세 가지 종류의 색(파란색, 녹색, 빨간색)을 분별하는 수용체, 즉 추체(cone)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들은 4개의 추체를 가지고 있어서 인간 보다 더 다양한 색깔을 본다. 인간은 3개의 추체로 무지개 색깔인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을 볼 수 있다. 소위 ‘스펙트럴(spectral) 색조’라고 하는 것이다. 인간은 무지개 색깔에 들어가지 않는 논스펙트럴(nonspectral) 색깔은 단 하나만을 볼 수 있다. 빨강 추체와 파랑 추체를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보이는 자주색(purple)이다. 인간은 새..

수소 에너지, 수소

지난주 신문 경제면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2018년 11월 국내 기업 한화가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투자한 미국 회사 니콜라가 지난 4일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지분(6.13%) 가치가 7억5000만 달러가 됐다는 것이다. 1년 7개월 만에 7.5배가 됐으니 대단한 선견지명이다. 니콜라는 수소트럭과 수소충전소를 만드는 회사로 ‘제2의 테슬라’로 불린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로 유가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테슬라는 연일 최고 주가를 경신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테슬라 ‘모델3’은 전기차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전기차가 엔진차를 대체하는 건 이제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에 수소차까지 뛰어들고 있다. 수소차는 트럭이나 ..

케모테라피, 파울 에를리히

‘항암치료’ 즉,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크게 암(癌腫)을 직접 도려내는 외과 수술법(surgery), 방사선을 쪼여 태워 죽이는 방사선요법(radiotherapy), 그리고 약물을 주사하여 독살하는 화학요법(chemotherapy)으로 나눈다. 하지만 흔히 ‘항암치료’라면 이 셋 중 화학요법을 말한다. ‘케모테라피’로도 불리는 화학요법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뜻밖에도 염색광(染色狂)이었던 독일 의사 파울 에를리히(Paul Erlich, 1854~1915)과 관련이 있다. 에를리히는 서너 군데의 의과대학을 옮겨 다닌 비범한(?) 의대생이었다. 그는 보통의 의대생들과는 달리 해부학 용어를 외우거나 환자를 보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인체의 조직을 얇게 잘라 형형색색의 물을 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