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전원일기* 323

사막에서

미국 여행 중 유타, 황폐한 곳의 정원, 자라고 있는 꽃들~ 아침, 이슬 한 방울 맺혔다 ㆍ ㆍ 3번째, 찔레, 들장미 4, 5번째, 체리 세이지 ㆍ ㆍ 사막에서 한 송이 꽃이 황폐함을 물들이려 피지 않았고 한 방울 이슬이 메마름을 적시려 맺히지 않았다 한 순간, 한 번의 웃음이면 어떠랴 기억으로 꿈으로 한 평생인데 작은 너와 나일지라도 스치는 나그네 눈길 한번으로도 축복인 것을 휑한 가슴 속 행복이 이리 영그는 것을

수국, 어머니

11월의 수국, 떠나며ᆢ부스러진다ᆢ 수국, 어머니 아, 어머니 가냘픈 몸매에 얹힌 삶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웠습니까 바람이라도 불면 그 버거움에 얼마나 크게 휘청이셨습니까 홀로 거두어야 했던 아픔을 안고 옅은 웃음, 인자한 표정 수국의 빛깔로 한 평생 변함이 없으셨습니까 곧게 지탱하셨습니까 계절의 끝 무렵 지는 잎, 시드는 꽃의 고통을 채워짐보다 비워짐으로 견디시며 아무 일 없다, 아무 일 없다고 그리 말씀하십니까 계절이 가듯 지난 세월이 밀려옵니다 당신의 숨결, 온기를 느끼려 이제사 어루만지는 죄 많은 손길 11월, 찬바람 수국의 향기, 자태가 부스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