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수국,
떠나며ᆢ부스러진다ᆢ
수국, 어머니
아, 어머니
가냘픈 몸매에 얹힌
삶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웠습니까
바람이라도 불면
그 버거움에
얼마나 크게 휘청이셨습니까
홀로 거두어야 했던 아픔을 안고
옅은 웃음, 인자한 표정
수국의 빛깔로
한 평생
변함이 없으셨습니까
곧게 지탱하셨습니까
계절의 끝 무렵
지는 잎, 시드는 꽃의 고통을
채워짐보다 비워짐으로
견디시며
아무 일 없다, 아무 일 없다고
그리 말씀하십니까
계절이 가듯
지난 세월이 밀려옵니다
당신의 숨결, 온기를 느끼려
이제사 어루만지는 죄 많은 손길
11월, 찬바람
수국의 향기, 자태가 부스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