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인생! 사연들 379

운이 좋게도

운이 좋게도/BK 정말, 운이 좋게도 하루가 비워진다 청량리발 제천행, 10시 33분 노부모와 점심을 같이 하기에 적당한 일정 표를 끊고, 전화를 드린다 늘 거기에 계시지만, 그래도 약속을 한다 메뉴는 부친이 정하셔야 한다 조금씩 회복 중이시지만, 늘 조심스럽다 하루 한번쯤 생각, 일주일에 한번쯤 통화 한달에 한번쯤 마주하는 것도 이리 노력을 하고, 운이 좋아야만 할까 내 삶도 무난하다. 부모가 살아계시니 남들만큼만 겪고 살아왔으니 노력은 누구나 한다. 운이었다. 오늘은 뵐 수 있을 듯하다. 운이 좋게도

사라짐을 위하여

소월길, 그집 내게는 7년전?~ 무렵부터 여전하다 나의 70년대, 80년대, 그 유물들이 멋지게 사라져가고 있는 그래서 커피맛이 좋은 곳 사라짐을 위하여 너, 드디어 사라져가는구나 모두가 슬퍼할 때, 아쉬워할 때 시간의 저쪽으로 이어지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따라서 너, 드디어 사라져가는구나 봄눈이 녹아, 땅으로 스미듯이 벚꽃잎이 하늘로 오르듯이 하양을 넘어 고운 투명함으로 닿을 수 없는 고귀함, 바라보기도 벅찬 그리움으로 너, 드디어 떠나가고 있구나 사라질 무렵을, 그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었구나 여태껏 몰랐던, 이제사 알아서 서두르고 있는 사라짐의 연습을 너,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구나

술잔

통큰포차, 원주 선술집, 대포 한잔~ 이라면 적당하다 육해공~ 향토맛 풀풀 나는 안주들을 구비 옛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곳 마땅한 곳을 못찾으면, 들를만 하다 ㆍ ㆍ 술잔/BK 술잔은 같은 각도로 기울어지지만 기울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외로워서, 허무해서,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웃음이 반가워서 기울이고 술잔이 기울어지면, 우리도 기우는데 기울어져도 넘어지지 않으면 되고 넘어져도, 다시 기대일 수 있으면 된다 오늘은, 우리들 마음부터 기대이고

진고개 신사

진고개 식당 서울에는 두 곳에 있다 하나는 진고개 인근, 충무로에 있고 또 하나는 동대문에 있다 비나 눈이 내리면 충무로ᆢ 가을이나 겨울에는 동대문으로 간다 메뉴는 무조건ᆢ 어복 쟁반과 탁주이다ᆢ ㆍ ㆍ 미련없이 내뿜는 담배 연기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 여인의 얼굴을 별마다 새겨보는 별마다 새겨보는 아~ 진고개 신사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언젠가 불러주던 그 여인의 노래를 소리없이 불러보는 소리없이 불러보는 아~ 진고개 신사 - sung by 최희준 진고개 신사 비워지는 술잔을 다시 채우며 말없이 흐느끼던 그 여인의 눈물을 쓸쓸히 그려보는 쓸쓸히 그려보는 아~ 진고개 신사 고층 빌딩 아래에, 대로변 뒷길에 옛 시절은 남아있는데 쌓아둔 한숨, 두고 일어선 설움 색 바랜 벽지에 끈적이는데 미련은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