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울 집, 울 동네

장미의 추억

BK(우정) 2022. 6. 15. 06:53

장미의 추억,

6월이면 생각이 나는

.

.

 

2015년 3월

장미 화단 만들기

 

 

나무 상자 설치,

조약돌과 흙과 퇴비와

장미 운반 중~

 

냥이 녀석 먼 산만 보네

사료 줄 때는 잘도 다가오드만‥

 

 

조약돌들을 바닥에 깔고

 

흙과 퇴비를 층층이 쌓고

 

장미를 요기 조기 심고 물을 흠뻑

첫 해라 우려도 되지만‥활짝 피기를~

 

.

.

 

장미가 피는 날

3월의 수고를 생각하겠지

땀방울 송글송글 맺힌 얼굴과

기다림을 심던 고운 마음을

장미 넝쿨을 보며 기억하겠지

 

꽃이 만발하는 날

언 땅을 견딘 뿌리가 있고

물을 길어 나르는 줄기와

빛을 모으는 잎들이 있음을

꽃 그늘 아래에서 생각하겠지

 

봄이 떠나는 날

줄기와 잎이 되었던 인연들

함께 웃고 울며 나누던

장미 꽃 그늘 아래의 이야기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지

 

 

2015년 6월, 이 무렵

장미가 피던 날

 

 

장미가 등불인 듯

담장 너머로 빛나는 날

3월의 그 날을 생각하네 

 

잎이 제대로 돋지 않은

여린 가지를 바라보며

함께 가자고 어루만지던 날

 

아침 저녁으로 마주하며

잎이 돋으면 잎을 세었고

꽃봉오리에 행복하던 날

 

장미가 이별인 듯

떠나는 봄이 돌아보는 날

꽃 그늘아래 나는 머무네

 

 

2017년 6월, 이 무렵

빈 집의 장미를 찾던 날

 

 

떠나온 집에 들르네

계절을 넘긴 장미가

담장 너머로 기다리고 있네

반가와서 한들거리네

다가가 줄기를 어루만지네

 

원망이라도 하듯

가시가 가볍게 손을 찌르네

눈물인 듯 이슬 한 방울이

손등에 떨어지네

 

빈 집을 두고 떠나네

장미가 더 붉어진 얼굴로

담장 너머로 손을 흔드네

다시 오라고 속삭이네

돌아서서 그리움을 삼키네 

 

 

그리고, 겨울

장미가 떠난 빈집에게

 

 

너는 늘 여기에 있구나

지난 시간들을 품고

행여 문이라도 열릴까

귀를 기울이고 있니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린 날

마당을 쓸고

꺾인 풀잎들을 세우던 나를

잊지 않고 있니

 

나무가지들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겨울에는 눈이 덮이고

그렇게 추억도 쌓여간 날들

 

이제는 빈뜰에 잊혀진

계절로 놓여 있는데

너를 두고 멀리

희미해져 가는데

 

나도 장미도 떠났어도

너는 여기 있구나

홀로 계절을 맞이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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