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카페들ᆢ사연이 있는~
안국동, 카페 브람스ᆢ
35년전, 아내와의 첫 데이트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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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기억을 부른다.
오랜 친구를 불러내듯이
브람스를 듣는다.
어제도 그제도 들은 듯이
커피를 마신다.
와인 잔을 기울이듯이
낙서를 한다.
아르튀르 랭보인 듯이
시계를 본다.
한 시간을 기다린 듯이
그녀가 앉는다.
5분 늦게 도착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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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앞, 카페 드럼ᆢ그 무렵,
단골 데이트 장소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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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앨범
성균관대 정문 앞 빛바랜 건물
'Drum'이라는 간판의 저 카페
30여년전, 사회 초입이던 그 때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간판
노찾사의 민중 가요 제목을 딴
그 이름의 카페로 기억이 된다
지금은 아내가 된 나의 연인과
구석진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갓내린 커피와 달콤한 속삭임
그 향기와 기억이 떠오르는데
서른이 다 되어가는 딸아이가
자기 학교 앞이라 안내를 한다
앞서 걷는 아내와 딸의 뒷모습
길다면 긴 세월은 그리 흘렀고
30년전 그 날도 어제밤의 꿈도
기억의 앨범에 차곡차곡 쌓여
오늘도 언젠가의 기억이 될까
그 날의 햇살이 거리에 내린다
고양, 카퍼 하우스,
구리 공예가의 작업장 겸 카페
동네 인근
그는 금속 공예 작가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 공간
보여주기 위한 전시 공간
보러온 이들을 위한
만남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실과 전시실
그리고 카페를 마련하였다
계절이 수 십번이 지난
그의 공간에는
수선화가 피고 지고
잎이 지고 다시 피어나고
장인의 혼과 결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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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변, 카페 인형의 집
강변 드라이브, 둘이 들렀던~
45번 북한강로 카페, 인형의 집
휴일 오전, 한적한 때에 들르면
인형 군중 속의 솔로가 된다
군중이 된 인형들을 커플이 보며
커플인 우리를 인형들이 보며
홀로 혹은 무리로 나누는 대화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몸짓
그 웃음과 울음, 살아온 사연들
색으로 빛으로 곱게 장식되는데
동화 속 가득 커피향이 흐른다
인형의 집 너머로 강이 흐른다
그 곳의 커피
아내와 들른 북한강변 카페
짓궂게 웃으며 들어갔더니
라떼에 원숭이?를 묘사하였다
우리 눈에는 우리로 보이는데
새침떼기와 개구쟁이로
하긴, 젊은 시절의 데이트
아내는 새침떼기일 때
나는 개구쟁이일 때가
돌이켜보니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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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풍경들
Long Playing,
오래전에 오랫동안 들었던 음반
아날로그 음질의 자연스러움,
적당한 노이즈의 어울림
보헤미안 렙소디,
호텔 캘리포니아,
엘콘도 파사가 흐른다
핀의 떨림이 공기로 전달되어
가슴이 떨려 온다
겨울, 지하 카페,
추웠던 우리들의 빈가슴 위로
오래된 기억,
불러내고픈 노래들이 지난다
언젠가 성북동,
울 가족이 머물렀던 카페
하오가 어울리는ᆢ
오래된 기억
해 저무는 오후 낡은 회벽
천천히 움직이는 태엽 시계
오래된 액자 안의 지나간 얼굴들
멀어진 시간 속에서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내리는 벽
우리의 서글픈 웃음이
갈색 인화지 위에 남아 있을 때
해 저무는 들창 아래
누군가의 그리운 기억이 될까
짙은 커피향의 오후
힘겹게 돌아가는 음반에서는
기억만큼 오래된 음악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