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 기슭을 따라 걸어가면
오르막길, 내리막길
좁은 골목들로 이어집니다
이어짐보다는
큰 길을 제쳐두고
골목길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그리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산 아래 마을
동무들과 놀던
쪼그리고 앉아 책도 읽던
그 기분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정형적이지 않고 삐뚤삐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
방 안에까지 들리던
그 시절 골목길
우리는 늘
보이지 않는 희망
닿지 못할 꿈을 보면서
아주 먼 훗날을 이야기하였죠
지나고 보면
그리 크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꿈이었건만
.
.
이명례 화가
좁은 골목길 안에 숨어있던 넓은 꿈
높은 산동네보다 더 높았던 꿈과 희망
그림 안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더 낮아진 꿈
더 가까워진 꿈의
피날레를 향하여
골목을 오르며
골목을 오르는 길은 시간을 오르는 길
골목으로 들아갈수록 어린 시절로 간다
길은 좁았지만 꿈은 넓었던 시절
산동네보다 더 높은 꿈이 머무르던 시절
낮에는 흰구름 떠가는 하늘이 꿈이었고
밤에는 산아래 불빛들이 꿈이었던 시절
그 시절로 간다
길이 너무 넓어 갈 곳을 모르는 곳
빛이 너무 밝아 꿈을 찾지 못하는 곳
이 시절을 뒤로 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