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뇌샤텔의 저녁에

BK(우정) 2021. 9. 27. 06:25

뇌샤텔을 걸었다

딱히 갈 곳도, 들를 곳도 없었다

 

어둠에서는 밝음으로

밝음에서는 어둠으로 걷는데

어느새 어둠이 전체를 덮어간다

 

먹구름과 어둠

저녁비라도 내릴 듯 하다

 

멀리 바닷가의 끝

홀로 앉아 바다를 보는 이

뒷모습이 보인다

 

내가 저 곳에 이르기까지

그가 있음이 좋을까

떠남이 편할까

괜한 생각을 하며 걸어간다

 

이 도시는 비가 종종 내린다

 

김영남 화가

 

얼개를 툭툭 스케치하였지만

먼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다

 

하늘은 파란색, 관념을

보라빛으로 넓힌다

 

더 밝게 그렸지만 여백의 공간일 뿐

그 날, 나의 느낌을 캐치하였다

 

어두운 곳을 걸을수록

떠오르는 상상과 꿈으로

내면은 밝아진다

 

 

뇌샤텔, 스위스

 

어둠을 걷다

 

낮과 밤의 경계

어둠이 밝음을 덮고 있다

 

저 멀리

오늘을 살아온 세상이 보이고

지금 나는

어둠 속으로 물러나 있다

 

어둠을 걸으면

밝음은 멀어지고

보이지 않는 언어들이 다가온다

 

추억과 사랑

우정과 인연

애증과 갈등

용서와 화해

 

밝음을 살아가느라

그 빛에 가려 멀어져 가는

더없이 소중한 언어들이여

 

어둠을 걸으며

공간이 아닌 시간을 보고 있다

 

 

김영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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