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가까이에 살고 있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헤이리가 있어서이다
맛집도, 멋집도
풍성하지만
나는 그저
헤이리의 바람
바람이 불어가는 언덕
언덕 위의 나무들
그 일렁임이 좋다
나는, 우리는 종종
헤이리를 걷는다
산책에는
이유도 방향도 일정도 없다지만
헤이리에서는 특히
헤매인다
김영남 화가
무심코 잡은 앵글 하나로
멋진 그림을 만들었다
바람 소리, 그 쓸쓸함을
초록과 꽃들로
장식하였다
하늘을 좁히고
풀밭을 더 넉넉히도 들였다
나의 사진에 담긴 느낌을 풀어내며
그의 그림 속 의미를 듣고 싶다
시월이 오면
함께 막걸리 잔이라도 기울이며
헤이리에 가면
헤이리에 가면 헤아리리
허공을 흐르는 바람결
실려오는 국화꽃 향기
밤하늘 별빛의 숫자들을
헤이리에 가면 헤어지리
사랑이 아닌 사랑
이별이 아닌 이별
그리움이 아닌 그리움들과
헤이리에 가면 헤매이리
세월 뒤로 멀어져간 기억
젊은 날 설익었던 자화상
돌아오지 않는 인연들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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