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을 걸었다
365일을 걷는다고
콘스탄티노플, 그 넓고 깊은 캔버스 위
한 점이라도 될까
한 시대의 화려함
그리고 시간, 그림자의 전설이여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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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칩거하였던 그 문을 나섰을 때
햇살에 눈이 부셨고 바람은 싱그러웠다
들판을 거리를 자유로이 떠돌았고
아지랑이와 멀리 나르는 민들레 홀씨
짙다 못해 검어진 녹음을 보았다
그리고 젊고 잘생기고 수려하게 늙어가는
아름다운 이들을 만나 우정을 나누었다
이제 씨앗을 떠나 보낸 민들레는 시들고
짙은 녹음은 땅 위로 낙엽들을 뿌린다
아름다운 이들의 눈은 총기를 잃어가고
들판을 지나 지친 몸으로 돌아온 나는
칩거하였던 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햇살을 만났던 그 오래된 문을 연다
곁의 사람들은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그 곳을
걷고 또 걸었다.
누구에게나
그 곳은 콘스탄티노플이었고
그 이전에는 비잔티움이었다.
비자스는
눈먼 땅에 도시를 건설하였고
콘스탄티누스는
비자틴 제국 위에 로마를 올렸으며
오스만 터키는
그 혼돈과 조화 위에 이슬람을 덮었다.
그 곳은
오리엔탈 특급의 종착역
유럽과 아시아가 마주하는 곳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곳
실크로드의 여정이 마무리 되는 곳
그리스와 로마, 오리엔트 문화가 함께 어울리는 곳.
그 역사와 여정이
거대하고 거대하여
그 곳을 걷고 또 걸을 수 밖에
지친 발걸음을 따라
이스탄불은 벗으로 다가오고
그 거대한 벗의 품에 깊숙이 안기고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일정이 얼마나 무모하였는가를
그 곳을 다시 기약할 수 밖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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