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늦가을~ 훗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시호로~ 를 향하는 길
끝도 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들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
오마 샤리프의 닥터 지바고
안토니오나 지바고라도 된 듯ᆢ
해바라기와 섰다
가슴으로 안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담는
곁에 머무르지 못하고
멀리서 그리워하는
덧없이 홀로 기다리다
외로이 사라져가는
해바라기 사랑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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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호로~ 자작나무들,
헤세의 '자작나무'ᆢ
모두가 아는
후라노, 비에이~ 를 건너뛸 만큼
아무도 모르는 시호로,
자작나무 들판으로 오고 싶었다
시호로ᆢ
자작나무 들판을 걷다.
자작나무ᆢ백양나무ᆢ 은사시나무ᆢ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무이지만,
나는 모두 자작나무로 칭한다ᆢ
구별이 어려워서ᆢ
그리고 모두에게ᆢ'자작'ᆢ의 칭호를 주고 싶어서ᆢ
비오는 밤, 자작나무가 되리
어둠 속에서 하얗게 하얗게
네가 나만을 볼 수 있도록
네가 못 본 척 외면하면
하얗게 하얗게 재가 되어버리는
비오는 밤, 자작나무가 되리
BK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흰머리칼에 조금은 창백한 얼굴이어야 해
숲과 어울리는 빛깔, 그 모습으로
한 켠에 기대어 앉아
자작자작 타는 가슴으로 헤쳐온
세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비바람에 시달린 날들
수도 없이 떨어진 잎새들의 노래
서럽도록 그리운 이야기들을
떨어지고 뒹굴면서도
하늘로 하늘로 향한 삶의 의지를
우아한 듯, 초연한 듯
세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짙은 커피 한 잔으로
정원을 거니는 귀족, 자작이 되어야 해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BK
강쌤의 그림~
그리고 키타미에 왔다
새벽 5시, 늘 창을 여는 시간,
기차길옆 호텔
다음 날은, 키타미를 걸었다.
그저 발길을 따라
언덕 위의 집, 그리로 갔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누군가 연주를 하던 피아노,
창과 커튼의 풍경
열면 내 마음 보이기 싫어,
닫으면 내 마음 감추기 싫어
반투명 커튼, 알 수도 모를 수도 없는
그런 사이, 연인이라고도 하지
BK
커튼을 열었다.
그리고 앉아서 글을 썼다
계절은 가을, 늦가을~ 겨울로 가겠지.
4계의 움직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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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봄, 미지의 세상을 향해 피어오르지
향기는 어디든 가고 꿈도 먼 곳을 향하지
청년은 여름, 녹음은 더 이상 짙어질 수 없지
에너지는 충만하여 모두에게 힘을 주지
중년은 가을, 결실을 주고 뒷모습을 바라보지
소명을 다하는 날이면 홀로 쓸쓸히 돌아서지
노년은 겨울, 삶도 죽음도 아닌 날들이 지나지
멀리 떠날 준비를 하면서 기억들은 잊혀져가지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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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어디로 갔나요
모바일 기기들을 따라서
모두들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까치발로 동전을 넣고
'엄마'를 부르던 아이도
전화번호부책을 넘기던
거친 손길의 아저씨도
눈 내리는 부스 밖을 보며
그리움을 전하던 소녀도
혼자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모두들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여보세요, 누구 없나요
공중전화
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