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기산을 넘으며
휘닉스 파크의 초현대식 시설에서 눈을 돌릴 즈음에
태기산을 넘는다
태기산은 태기왕의 눈물이 서린 산
그래서 태기산을 넘는 길은 구불구불 사연이 된다
태기산 산마루, 양구두미재에서 보는 일몰은 꿈결같다.
아득한 저 너머에는 고향이 있을까
태기산을 넘으면 구두미 마을을 만난다.
거북의 머리와 꼬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핀 마을
요란하지 않은 장식들이어서 더욱 화려한 마을
계곡물은 수정이 되어 흐르고
물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들과 산을 흐른다.
태기산을 넘어 넘어 어릴 적 고향같은 마을들을 지나
외진 곳, 산허리에 있는 온천에 닿는다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투명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아득히 투명한 하늘을 본다
풀 내음이 좋다.
인적이 드물어 좋다. 고요와 은둔이 좋다
휘닉스 파크에서 태기산을 넘으면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
스키도 골프도 아닌 소박하면서도 신비로운 곳
고속도로에서는 만날 수 없는 곳 그 곳을 향하여
구불구불 태기산을 넘는다